5만7000년 전 새끼 늑대의 머리 부분. 눈 이외에는 생전 모습 그대로였다./커런트 바이올로지
5만7000년 전 새끼 늑대의 머리 부분. 눈 이외에는 생전 모습 그대로였다./커런트 바이올로지

5만7000년 전 캐나다에 살았던 새끼 늑대가 생전 모습 그대로 발굴됐다. 몸 형태는 물론 털까지 그대로 보존돼 동물 진화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디모인대의 줄리 미첸 교수 연구진은 21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캐나다 유콘의 영구 동토층(凍土層)이 녹은 곳에서 미라 상태의 새끼 늑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5만7000년 전 새끼 늑대. 영구 동토층에서 생전 모습 그대로 미라가 됐다./커런트 바이올로지
5만7000년 전 새끼 늑대. 영구 동토층에서 생전 모습 그대로 미라가 됐다./커런트 바이올로지

◇눈 이외는 생전 모습 그대로 남아

늑대는 2016년 금광에서 일하는 광부가 처음 발견했다. 미첸 교수는 “지금까지 발견된 늑대 미라 중 가장 완벽한 상태였다”며 “눈을 제외하고는 털과 장기, 뼈 모두 그대로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새끼 늑대가 암컷이며 몸무게는 700g에 약간 못 미쳤다고 밝혔다. 사망 당시 생후 7주였던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이 늑대에 캐나다 원주민의 말로 늑대를 뜻하는 ‘주르’라는 이름을 붙였다.

DNA 분석과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주르는 마지막 빙하기인 5만7000년 전에 살았다고 확인됐다. 당시 늑대는 사향소나 산악 순록을 사냥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주르의 뱃속 내용물을 조사해보니 대부분 연어 같은 물고기였다. 연구진은 주르와 어미가 강가에서 주로 사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늘날 이곳에 사는 늑대들도 여름에는 주로 강가에서 물고기를 사냥한다.

연구진은 또 주르의 유전자를 통해 러시아와 시베리아, 알래스카에 살았던 고대 늑대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늑대는 오늘날 회색늑대의 조상이기도 하다.

5만7000년 전 새끼 늑대의 x선 사진./커런트 바이올로지
5만7000년 전 새끼 늑대의 x선 사진./커런트 바이올로지

◇지구온난화 속도 빨라지는 증거

주르의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첸 교수는 “주르가 굶어 죽었거나 몸에 부상을 입은 흔적은 없다”며 “아마도 굴이 무너질 때 어미와 다른 형제는 탈출하고 혼자 갇혔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대 동물이 미라 상태로 온전하게 발견되면 진화 연구에 큰 자산이 된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마냥 반가운 일은 아니라고 우려한다. 미첸 교수는 “주르는 지구온난화로 동토층이 녹고 있어서 발견된 것”이러며 “기쁘면서도 동시에 소름 끼치는 양날의 검과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