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개가 화성 탐사에 나선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온라인으로 진행한 미국지구물리학회 연례 학술 대회에서 바퀴 달린 탐사 로버(이동형 로봇)를 대신해 화성의 거친 지형과 동굴 등을 탐험할 로봇 개를 공개했다.
로봇은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네 발 이동 로봇 스폿을 화성 탐사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제트추진연구소는 이 로봇에 자율(Autonomous) 보행이 가능하다고 ‘Au스폿’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1일 보스턴 다아내믹스 인수를 결정했다.
그동안 화성 탐사는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 같은 로버가 맡았다. 하지만 바퀴로 움직이는 로버는 평평한 땅만 이동할 수 있었다. 과학자들이 화성에서 탐사하려고 하는 지형은 대부분 거칠고 지표면 아래에 있다.
NASA 과학자들은 스폿은 지하로 걸어 내려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어 화성의 거친 지형을 탐사하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밝혔다. 특히 스폿은 무게가 로버의 12분의 1에 불과하다. 그만큼 민첩하다. 스폿은 시험에서 시속 5㎞로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 보행 속도와 비슷하다. 현재 화성을 탐사하고 있는 로버 큐리오시티는 시속 0.14㎞밖에 안 된다.
Au스폿은 다양한 센서로 주변을 탐색할 수 있다. 레이저 반사파로 거리와 장애물을 알아내는 라이다를 장착했으며, 광학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 동작 센서까지 갖춰 주변 지형에 대한 3D(입체) 지도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학습 기능을 갖춰 장애물과 과학 연구 대상이 되는 지형을 식별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통신 모듈은 지하를 탐사하는 동안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신할 수 있다.
화성 탐사에 지하 탐색이 가능한 로봇 개를 동원하는 것은 장차 화성 유인(有人) 기지를 지하 동굴에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하 동굴은 화성 표면에 쏟아지는 자외선과 극한의 추위, 먼지 폭풍을 막아줄 수 있다. 또 지하 동굴은 과거 화성에 살았던 생명체를 찾는 데 가장 적합한 장소이기도 하다.
NASA 연구진은 이미 올 초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지하 탐색 로봇 경진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스폿의 능력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지난달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에 스폿이 계단으로 이어진 건물을 돌아다니며 작성한 3D 지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스폿은 현재 화성과 비슷한 지형을 가진 캘리포니아 북부의 용암 동굴에서 지하 탐색 능력을 훈련하고 있다. NASA 연구진은 “로봇 개는 장차 화성의 표면과 지하에서 혁명적 과학 임무를 수행해 그동안 접근할 수 없었던 지형까지 탐사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