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공위성 수백 대가 지구를 돌며 세계 구석구석을 감시하고 있다. 자동차의 움직임이나 미세 먼지 흐름까지 포착해 주로 군사 목적이나 환경 감시용으로 쓰인다. ‘하늘의 눈’ 인공위성이 이젠 실생활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위성을 농업·어업·산업 등에 활용하거나 경제지표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는 등 응용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하늘의 눈’ 인공위성

◇식물 뿌리 깊이의 토양 수분도 파악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서은교 박사와 이명인 교수 연구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인공위성이 관측하는 토양 수분 정보를 통해 가뭄을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9일 국제 학술지 ‘환경 원격 감시’ 인터넷판에 공개됐다. 날씨 예보와 함께 가뭄 정보가 활용되면 농사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뭄 피해에 선제 대응하려면 토양에 포함된 수분이 얼마나 부족한지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인공위성들은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파장대의 전파를 사용해 최고 5㎝까지 토양 속 수분 정보를 알아낸다. 하지만 관측에 쓰는 마이크로미터 파장대의 전파는 식물 생장에 중요한 뿌리층 수십㎝ 깊이까지 도달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인공위성에서 관측한 토양 수분 정보와 다른 정보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토양 수분 정보의 정확도를 높였다. 강수량·복사열·지표온도·바람 등의 변수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뿌리층을 포함한 지구 전체 토양 수분량에 대한 정보를 유추해낸 것이다. 공기 중의 수분 정보와 인공위성 정보를 합치면 10~20㎝ 아래의 토양 수분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실제 과거 북미 지역에 발생했던 가뭄 정보를 분석했더니 이번에 개발한 모델이 인공위성 관측 정보만으로 분석한 것보다 정확도가 더 높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명인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가뭄 감시뿐만 아니라 가뭄을 중장기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도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사도 통해 스티로폼 쓰레기 추적

어민들에게 골칫거리인 해양 쓰레기도 사람이 직접 나서지 않고 인공위성으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 국립해양조사원 국가해양위성센터는 28일 “무인도의 해양 환경을 오염시키는 스티로폼 쓰레기의 실태를 위성 영상으로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는 2800여 무인도가 있는데, 접근이 어렵고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어 해안가에 몰려든 쓰레기 실태를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해안 쓰레기의 약 70%를 차지하는 스티로폼을 위성을 통해 파악하기로 했다.

먼저 다목적 실용 위성인 ‘아리랑 3A호’로 동·서해 해수욕장 2곳을 촬영했다. 위성 영상 정보는 분석 알고리듬 시스템에 학습시켰다. 스티로폼의 빛 반사 차이를 위성이 포착해 주변 물체와 구별해내는 원리다.

연구진은 인천시 옹진군에 있는 무인도 사승봉도를 위성으로 촬영해 사진을 분석했다. 위성 영상과 드론·인력을 현장에 투입해 조사한 결과를 비교했더니, 위성이 쓰레기로 의심되는 물체의 분포를 대부분 파악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스티로폼은 현장 조사와 비교해 약 84% 수준의 탐지 정확도를 보였다.

국립해양조사원은 내년부터 무인도 두 군데에서 해안 쓰레기 실태 조사에 활용하는 등 단계적으로 위성 활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국립해양조사원 측은 “앞으로 지속적 연구를 통해 목재나 폐어구 같은 다른 쓰레기 종류도 분류하겠다”고 밝혔다.

◇저장고 지붕 높이 통해 원유 저장량 파악

인공위성은 경제적 지표 수립에도 활용된다. 쇼핑몰 주차장에 댄 차량을 분석하거나 개발도상국의 차량·빌딩 수 변화를 토대로 빈곤 해결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도 한다. 위성 사진으로 농작물의 생육 상태를 분석해 곡물 가격도 예측한다. 미국의 위성 분석 업체 ‘오비털 인사이트’는 원유 저장고 위성 사진을 통해 유가 변동을 예측하고 있다.

원유가 얼마나 저장돼 있는지 알면 국제 유가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각 국가와 회사들은 남은 기름을 원유 저장소에 보관하지만 정확한 수치가 공개되지 않는다.

오비털 인사이트는 원유 저장고를 찍은 위성 사진에 주목했다. 원기둥 모양 원유 저장고는 지붕이 원유에 떠 있다. 원유가 가득 차면 저장고의 지붕이 원기둥 높이 끝까지 올라가고 다 차지 않으면 지붕이 낮게 내려간다.

보관량에 따라 지붕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위성 사진을 보면 저장고 지붕에 검은 그림자가 생긴다. 오비털 인사이트는 이를 이용해 원유가 얼마나 저장돼 있는지 파악했다.

원유 저장량의 변동 추이를 알면 수요 변화를 파악해 유가까지 예측할 수 있다. 오비털 인사이트는 전 세계 2만6000여 원유 저장소의 재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