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 환자가 뇌파로 양쪽 로봇팔을 조종해 포크와 나이프로 케이크를 잘라 먹는 모습./미 존스홉킨스대

미국인 남성 로버트 흐미엘레프스키(49)씨는 16세 때 사고를 당해 어깨 아래가 마비됐다. 손과 손가락 일부만 조금 움직일 수 있을 뿐이었다. 팔다리가 마비된 지 33년이 흐른 지난해 말, 흐미엘레프스키씨는 다시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를 하는 데 성공했다. 마비된 두 팔은 두 대의 로봇팔이 대신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APL)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사지마비 상태인 흐미엘레프스키씨가 생각만으로 두 대의 로봇팔을 조종해 케이크를 잘라 입으로 가져와 먹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조종해 음료를 입으로 가져온 적은 있지만, 로봇팔 두 대를 동시에 조종해 정상인처럼 식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흐미엘레프스키씨는 로봇팔 시연에서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 멋진 일”이라며 “더 많은 일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이 뇌파 신호를 포착하는 장치를 사지마비 환자의 두개골에 장착한 모습. 뇌에 이식한 전극에서 팔을 움직이라는 신호가 나오면 이를 포착해 로봇팔로 전달한다./미 존스홉킨스대

◇뇌 양쪽에 전극 이식, 좌우 동작 통제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2019년 흐미엘레프스키씨의 뇌 양쪽에 모두 6개의 전극을 이식하는 수술을 10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로봇팔 두 대를 양손처럼 쓰려면 뇌 양쪽에서 나오는 신호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좌뇌는 몸의 오른쪽, 우뇌는 왼쪽의 움직임을 통제한다. 연구진은 또 환자의 두 팔에도 전극 3개를 연결하고 로봇팔의 동작에 따라 다른 전기자극을 줬다.

생각으로 두 로봇팔을 작동하는 과정은 이렇다. 환자의 뇌에서 팔을 움직이라는 신호가 나오면 컴퓨터의 인공지능(AI)이 이를 해독해 로봇팔을 움직일 전기신호로 바꾼다. 컴퓨터에서 나온 신호대로 로봇팔이 움직이면 그 감각이 다시 전극을 통해 환자의 팔로 전달된다. 이제 환자는 로봇팔을 자신의 팔처럼 느끼면서 움직일 수 있다.

응용물리연구소의 데이비드 핸델만 박사는 “궁극적 목표는 전신마비 환자가 식사와 같은 일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로봇은 그 중 일부를 담당하고 어떤 걸 먹을지, 어느 정도 크기로 자를지 같은 세부적인 사항은 환자가 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으로 로봇팔을 조종해 음료를 마시는 모습./NIH

◇뇌파로 로봇팔 양쪽 동시 조종은 처음

지난 2012년 미국 브라운대와 하버드대 공동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전시마비 상태인 50대 여성이 뇌파로 로봇팔을 구동해 계피가 들어 있는 라떼를 마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후 생각만으로 마비 환자가 입는 로봇다리를 조종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뇌파로 로봇팔 두 대를 동시에 조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봇팔 개발자인 프란세스코 테너 박사는 “다음 목표는 인간과 기계의 협동 작업으로 하는 일을 더 늘리는 동시에 감각 자극을 더 제공해 눈으로 보지 않고도 로봇팔을 자유롭게 조종하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눈으로 보지 않고도 신발끈을 묶을 수 있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흐미엘레프스키씨는 존스홉킨스대 연구진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혼자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장애는 그런 능력을 앗아간다”며 “혼자 힘으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게임 체인저(game-changer, 판도를 바꿀 일)”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