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사망의 절반을 차지하는 조산(早産)을 사전에 감지하고 치료할 수 있는 전자약이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뇌과학연구소 이수현 박사와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안기훈 교수 공동 연구진이 조산을 조기 진단하고,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전자약을 개발해 동물실험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전자약(electroceutical)은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약물 대신 전기, 빛, 초음파로 신경회로를 자극해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를 말한다. 부정맥이나 요실금 등을 치료하는 전자약이 이미 상용화됐지만, 조산 진단과 치료용 전자약은 이번에 처음 개발됐다.
◇불규칙 자궁 수축 감지하고 근육 이완까지
아기는 임신 37~42주 사이에 태어나는데, 조산은 20~37주 사이에 분만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전체 임신의 12.7%를 차지한다. 안기훈 교수는 “산부인과에 입원한 임신부의 70%는 조산 우려 때문”이라며 “조산은 조기 진단이 어렵고 치료 약물이 있지만 부작용이 심하고 사람마다 효능이 10~80%로 다른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KIST 연구진이 개발한 전자약은 전자회로와 전극을 고리 형태로 배치하고 말랑말랑한 소재로 감싼 형태다. 조산에서는 자궁이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증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연구진은 도넛 모양의 신경전극을 임신 여성의 자궁경부에 삽입해, 자궁 수축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신경전극은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전기신호를 발생시켜 자궁 근육을 이완시킬 수도 있다. 즉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것이다. KIST 이수현 박사는 “실제로 임신한 미니 돼지에서 전자약이 조산 증상을 감지하고 치료까지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며 “전자약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8m 떨어진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정도여서 태아에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 내 인체 대상 의료기기로 허가 목표
연구진은 앞으로 안전성 연구를 더 진행해 3년 내 인체 대상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안암병원 안기훈 교수는 “전자약은 임신부가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불규칙 자궁 수축을 감지하고 바로 휴대폰에 병원을 가라고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의료진은 조산 증상을 확인하고 다시 전자약으로 자궁 근육을 이완시켜 치료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전자약은 수술을 통해 인체에 이식하는 형태지만, 이번 전자약은 피임기구처럼 쉽게 삽입하는 형태여서 임신부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IEEE 신경채계와 재활공학 회보’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