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Y자 모양의 면역단백질인 항체들. 코로나 완치자의 몸에 있는 항체는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로슈

영국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예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환자는 변이 바이러스에도 저항력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코로나 완치자나 백신 접종자 모두 변이 바이러스를 막아낼 수 있다는 증거라고 반겼다.

영국 가디언지는 10일(현지 시각) “미국 예일대 의대의 아키코 이와사키 교수 연구진이 코로나 완치자의 항체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일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에 발표됐다.

코로나 백신 역시 인체가 바이러스를 약하게 경험하고 항체를 생성하도록 유도한다. 이와사키 교수는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백신을 접종 받고 생성된 항체의 공격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완치자 항체가 변이 바이러스 무력화

예일대 연구진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생기기 이전인 지난해 3~7월 미국에서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환자 579명에게서 항체를 추출했다. 항체는 병원체를 둘러싸 인체 감염을 차단하는 면역 단백질이다. 이를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B117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반응시켰더니 항체가 듣지 않는 경우는 0.5%에 그쳤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표면의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체 세포에 결합시켜 침투하는데, 항체는 이 스파이크에 달라붙어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킨다. 백신 역시 스파이크 단백질이나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인체에 주입해 항체 생성을 유도한다.

연구진은 코로나 완치자에서 채취한 항체가 변이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에 결합하지 못한 경우는 단 2명, 0.3%에 그쳤다고 밝혔다. 즉 변이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도 코로나 완치자나 백신 접종자는 저항력을 갖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 텍사스 의대 연구진은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에도 효과가 있음을 세포 실험으로 입증했다. 연구진은 지난 8일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은 사람 20명에서 추출한 항체가 B117 변이 바이러스에서 가장 핵심적인 N501Y 변이체의 인체 세포 감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모형도. 바이러스는 표면의 돌기(스파이크, 붉은색) 단백질을 인체 세포에 결합시키고 안으로 침투한다. /CDC

◇전염력 50% 높아 런던 확진자 80% 차지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는 1273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다. 영국발 B117 변이 바이러스는 아미노산 17개가 전과 달라졌는데, 그 중 8개가 스파이크 단백질에 있다. 대표적인 예가 501번째 아미노산이 N에서 Y로 바뀐 N501Y이다. 이 돌연변이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더 강하게 결합한다. 남아프리카공화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도 같은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영국 공중보건국은 지난달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B117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전보다 전염력이 30~50% 높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등 전 세계 45국에 퍼졌다. 영국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올 1월 2일 사이 영국의 코로나 확진자 60%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런던은 그 수치가 80%나 됐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대니 알트만 교수는 10일 가디언지 인터뷰에서 “이번 결과는 대부분 사람의 항체가 영국과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를 중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라며 “전염력이 강한 영국과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에 내성을 가질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이번 결과를 보고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