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활용되는 곳이 늘어나면서 조종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조이스틱으로 조종하는 단순한 방식에서 벗어나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기기를 이용해 사람의 몸짓으로 로봇을 제어하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센서다. 국내외에서 정확도가 높으면서도 사람이 사용할 때 불편하지 않은 센서들이 잇따라 개발됐다.
◇하나의 센서로 여러 자극 인식
센서는 얇고 가벼우면서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최근 추세다. 서울대 기계공학부 박용래 교수 연구진은 “다양하게 변형이 가능하고 움직임을 쉽게 감지할 수 있는 소프트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달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센서는 굵기 6㎜, 길이 7㎝이다. 이 센서 하나로 늘어남, 굽힘, 압축 등 다양한 변형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 개발된 센서들은 한 가지 형태의 변형만 감지해 여러 작업을 위해서는 그만큼 센서가 많이 필요했다.
이번 센서는 쉽게 늘어나거나 휘어질 수 있는 실리콘 고무 재질로 만들었다. 가는 막대 구조 안에 속이 빈 미세한 관이 들어 있다. 미세 관은 전기가 잘 통하는 투명한 이온 용액으로 채워져 있다.
센서를 늘이거나 휘고 누르면 변형 종류에 따라서 이온 용액의 빛 투과도와 전기 전도도가 달라진다. 이를 측정해 어떤 동작이 이뤄지는지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센서를 손목과 같은 관절에 부착해 신체 움직임만으로 로봇 또는 컴퓨터에 다양한 명령을 원격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용래 교수는 “이 기술을 통해 로봇을 훨씬 더 직관적이고 쉽게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몸에 얼마나 간편하게 부착할 수 있는지도 센서 개발의 중요 요소이다. 싱가포르 국립대 연구진은 지난해 8월 센서를 활용해 게임용 스마트 장갑을 개발했다. 민감한 초극세사 섬유를 장갑 소재에 넣어 무게를 줄이면서도 유연성을 잡았다. 서울대 연구진과 같은 원리지만 몸에 붙이면 떨어지지 않도록 장갑 형태로 만들었다.
이 센서 역시 머리카락 한 가닥 두께로 매우 얇고 전기가 통하는 액체로 채워졌다. 센서가 구부러질 때마다 변화하는 전기 신호를 통해 움직임을 감지한다. 시제품의 무게는 40g에 불과하다.
게임용 스마트 장갑은 사용자의 동작 11가지를 인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검지에 힘을 줘 총을 쏘고 손목을 시계 방향으로 돌려 앞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더 복잡한 게임이나 가상현실, 로봇 제어로 확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AI 적용해 센서 소재의 한계도 보정
몸에 부착하는 센서는 유연성을 위해 대부분 고분자 물질로 만들었다. 하지만 센서를 반복해 사용하면 고분자가 변형되면서 점점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 최근 소재의 한계를 인공지능(AI)으로 극복하는 연구진들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신호를 AI로 추적하면서 보정하는 것이다.
미국 UC버클리 연구진은 지난달 센서에 AI를 결합했다고 발표했다. 먼저 연구진은 팔뚝의 64개 지점에서 전기신호를 읽을 수 있는 유연한 밴드를 만들었다. 밴드는 팔과 손을 움직일 때마다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수집한다.
사람이 움직이려고 하면 뇌가 신경세포를 통해 팔과 손에 있는 근육 섬유로 전기신호를 보낸다. 연구진은 이 신호들의 특징과 차이를 AI에 학습시켜,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거나 주먹을 쥐고,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는 등 21가지 손동작을 인식하는 데 성공했다.
센서는 이 과정에서 AI로 습득한 정보를 스스로 보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주먹을 쥐는 동작에서 나오는 센서 신호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지더라도 같은 동작으로 인식한다. 시간에 따라 신호가 약해지는 추이를 파악해 보정하는 것이다.
또한 사용자가 갑자기 머리 위로 팔을 올리는 등 돌발적인 행동을 해 전기신호가 바뀌더라도 이를 새로운 동작 신호로 인식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사용자의 신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뀔 것이고,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AI를 통해 신호 분석 모델을 업데이트해 동작의 분류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