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너구리는 특이한 동물이다. 몸통은 너구리같이 생겼지만 오리 주둥이와 물갈퀴를 가졌다. 포유류지만 알을 낳고, 피부에서 스며 나오는 젖으로 새끼를 키운다. 다른 포유류에게 있는 이빨도 없다. 배뇨, 배변, 생식을 모두 하나의 구멍으로 해결하는 단공류이다. 또 한 쌍의 성염색체를 가진 다른 포유류와 달리 성염색체를 5쌍 가지고 있다. 과학자들이 유전자 분석으로 오리너구리의 비밀을 풀었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연구진은 “유전자 지도를 만들어 오리너구리의 특이한 특징의 기원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최신 호에 발표했다.
오리너구리가 알을 낳는 이유는 ‘비텔로제닌’이라는 유전자 때문으로 분석됐다. 비텔로제닌은 난황(노른자위)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다. 닭은 비텔로제닌 유전자 3개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세 유전자를 모두 잃었다.
오리너구리는 약 1억3000만년 전에 비텔로제닌 유전자 2개를 잃었지만, 여전히 유전자 하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포유류지만 알을 낳을 수 있다.
포유류는 비텔로제닌 유전자가 ‘카제인’ 유전자로 대체됐다. 이 유전자는 젖의 주요 성분인 카제인 단백질의 생산을 담당한다. 오리너구리도 카제인 유전자가 있다. 연구진은 “현존하는 모든 포유류가 생산하는 젖은 1억7000만년 전에 살았던 공통의 조상에서 유래한 같은 유전자를 통해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리너구리는 이빨이 없는 오리 주둥이로 먹이를 씹는다. 오리너구리는 약 1억2000만년 전에 치아 발달 유전자 8개 가운데 4개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너구리는 한 쌍의 성염색체를 가진 다른 포유류들과 달리 성염색체 5쌍을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처음에 고리 형태의 성염색체가 만들어진 뒤 잘게 조각나면서 여러 X·Y 염색체로 나누어졌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어떻게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에 밝혀진 유전자 지도는 대부분의 단공류 성염색체가 인간보다 닭과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포유류와 조류 사이의 진화적인 연결 고리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오리너구리가 포유류인 것은 맞지만, 유전자로 보면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