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으로 만든 제비 둥지가 제비 몸무게의 100배 이상을 견디는 이유가 밝혀졌다. 제비의 침이 흙 알갱이들을 붙잡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기계공학부 김호영 교수 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12일 발표했다. 서강대 김원정 교수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상임 교수도 연구에 참여했다.
제비는 매년 봄이 되면 처마 밑에 흙 둥지를 짓는다. 제비처럼 수직 벽에 안정적으로 붙어 있는 집을 짓는 새는 전체 조류종의 5%도 되지 않는다. 수직 벽에 튼튼한 집을 짓기 어렵기 때문이다.
둥지가 벽에 붙어 있으려면 아래로 잡아당기는 힘을 이겨야 하는데, 진흙은 당기는 힘에 매우 취약하다. 공동 연구진은 제비의 타액과 흙 알갱이가 섞인 채 굳으면 타액에 포함된 고분자 물질이 흙 알갱이를 서로 붙여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면 진흙이 당기는 힘을 매우 잘 견딜 수 있다.
또한 제비는 둥지에서 힘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을 특별히 보강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둥지는 제비 몸무게의 100배 이상을 견뎌낸다.
김호영 서울대 교수는 “제비는 3D 프린팅을 하듯 진흙을 한 층씩 쌓아 올려 빠르게 둥지를 만든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환경 친화적 물질을 이용한 생체 모사 3D 프린팅 기술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