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자력발전소가 방사성 물질의 하나인 삼중수소를 기준치 넘게 유출했다는 언론 보도에 이어 여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원전 운영사가 기준치를 넘는 삼중수소 유출을 확인하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은폐 의혹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원전 운영사나 정부 규제 기관, 학계 모두 과학적 사실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 전문가들이 팩트체크를 했다.
1. 기준 18배 검출? 유출 주장 비과학적, 기준 넘지 않아
―월성 원전에서 관리 기준의 18배에 이르는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기준을 넘은 것은 아니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해 4월 터빈건물 하부 지하 배수관 맨홀에서 리터당 71만3000베크렐의 삼중수소를 검출했다. 1베크렐은 1초에 방사선이 하나 나오는 양이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관리 기준인 리터당 4만 베크렐은 원전에서 외부로 물을 배출할 때 적용되지, 부지 내부에 고인 물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맨홀에 고인 물을 바로 회수해 리터당 13베크렐로 희석하고 배출했다고 밝혔다.
2. 삼중수소 자연엔 존재 안하다? 인체서도 방사선 나와
―삼중수소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방사성 물질이다.
삼중수소는 원전뿐 아니라 자연에서도 생성된다. 삼중수소는 일반 수소보다 원자핵 무게가 3배 무거운 물질이다. 자연에서는 우주에서 오는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宇宙線)과 대기 물질의 상호 작용으로 생성된다. 매년 이 방식으로 지구 전체 대기에 200그램 이상 삼중수소가 만들어진다. 인체에서도 방사선이 나온다. 이를 삼중수소양으로 환산하면 연간 1600만 베크렐이다.
3. 월성 주변 지역주민 年피폭량? 바나나 6개 섭취하는 양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원전 부지 바깥으로 확산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전의 배기구로 배출되는 삼중수소는 빗물을 통해 땅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지난해 한수원이 지하수를 조사했더니 월성 원전 주변 지역 중 나산, 울산, 경주는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았고, 봉길 지역만 세계보건기구(WHO) 식수 기준인 리터당 1만 베크렐의 0.05%에 못 미치는 4.8베크렐이 검출됐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월성 주변 지역 주민의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방사선 피폭량은 바나나 6개나 멸치 1g을 섭취하는 양”이라고 밝혔다.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박사는 “삼중수소는 방사선이 워낙 약해 일부에서 말하는 갑상선암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4. 차수막 파손? 수조에서 누설땐 다른 방사성 물질 나와야
―방사성 물질의 확산을 막아주는 차수막도 파손됐다.
사용후핵연료 수조의 차수막이 손상됐다면 바깥에 고인 물의 방사능 농도가 크게 올라가야 한다. 한수원은 차수막 밖에 고인 물의 방사능 농도가 2000베크렐이어서 공기 중의 삼중수소가 물로 옮겨온 정도라고 설명했다. 원안위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이종국 박사도 “사용후핵연료 수조에서 누설됐다면 세슘 등 다른 방사성 물질이 나왔어야 한다”고 밝혔다.
5. 유출 은폐? 규제 당국과 지역 주민에게 이미 알려
―은폐 의혹이 있다.
한수원은 “2019년 4월 삼중수소를 검출하고 규제 당국에 보고했으며, 그 다음 달 차수막 손상과 보수계획도 안전협의회, 민간환경감시기구 등 지역 주민에게 알렸다”고 밝혔다. 김기환 원안위 원자력안전과장은 “작년 6월 한수원이 관련 보고서를 냈고,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기술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안전기술원 이종국 박사는 “누설 가능성도 점검 중이지만 현재로선 배기구에서 공기 중으로 배출된 삼중수소가 빗물을 통해 원전 부지에 축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수원이 같은 맨홀에 방사성 물질이 없는 깨끗한 물을 두고 공기만 통하게 했을 때도 그 이상 농도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