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을 접종받으면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전염까지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과학 매체 뉴사이언티스는 지난 29일(현지 시각) “각국에서 이뤄진 백신 접종 결과를 보면 일부는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지만, 전염력이 훨씬 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백신 주사를 맞은 사람이 미접종자까지 보호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해석한다.
영국 에든버러대의 엘리노어 라일리 교수는 지난 28일 영국 왕립의학회 온라인 세미나에서 “최근 몇 주 사이 나온 데이터는 백신이 타인으로의 바이러스 전염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해도 상당히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백신 주사는 미접종자까지 보호
미국 모더나는 지난달 30일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자사 백신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모더나 백신은 28일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한다. 회사는 2차 접종을 받으러 온 사람들을 검사했더니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미접종자의 3분의 1에 그쳤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바이러스가 없어 자신이 감염되지 않은 것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지도 않는다. 두 번 맞는 백신 중 1회 접종만으로 바이러스 감염과 전염 가능성이 66%나 줄었다는 의미다.
백신은 자신도 모르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는 무증상 감염자도 크게 줄였다. 무증상 감염은 바이러스가 몸에 있기는 하지만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9일 국제 학술지 BMJ에 그런 내용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1회는 권장량의 절반, 2회는 정량을 접종받은 사람은 무증상 감염이 가짜약 접종자보다 60% 적게 나왔다. 이스라엘에서는 화이자 백신을 맞은 60세 이상에서 무증상 감염이 3분의 1로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백신 접종자 중 일부 무증상 감염자도 전염력이 크게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정용석 경희대 교수는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 전염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증상이 있는 사람보다 바이러스 증식이 적어 전염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화중과기대 연구진은 지난 18일 ‘랜싯 감염병’에 “코로나 무증상 감염자의 가족 간 전염은 증상이 나타난 감염자보다 훨씬 적었다”고 밝혔다.
에든버러대의 라일리 교수는 왕립의학회 세미나에서 “무증상과 유증상 감염 모두 백신 접종 후 감소하며, 무증상 감염자는 훨씬 전염력이 약한 것으로 나왔다”며 “최근의 정보를 합쳐 보면 백신이 바이러스의 전파를 완전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차단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집단 면역에 대한 기대 높아져
백신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까지 차단할 수 있는지는 코로나 대유행의 종식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만약 백신이 접종자의 바이러스 감염 뿐 아니라 타인으로의 바이러스 전염까지 막는다면, 인구의 50~70%가 백신을 접종받고 전 인구가 코로나로부터 보호되는 집단 면역이 가능하다.
하지만 백신이 바이러스 전염을 차단하지 못하면 전 인구가 백신을 접종 받아도 바이러스가 여전히 돌아다니면서 면역력을 제대로 얻지 못한 사람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다. 그 사이 바이러스는 또한 치명적인 형태로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연구 결과는 백신이 바이러스 전염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와 집단 면역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100% 전염 차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에든버러대의 라일리 교수는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고 면역력을 가질 때까지는 백신 접종자도 공공 장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