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코로나 백신./위키미디어

러시아가 국제 학술지 논문을 통해 자국 코로나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백신을 사용하는 국가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모스크바에 있는 가말레야 국립전염병·미생물학연구소의 데니스 로구노프 박사 연구진은 지난 2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랜싯’에 “스푸트니크V 백신이 코로나 유증상 환자를 91.6%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유럽연합(EU)에 허가 신청이 들어간 상태다.

◇60세 이상 포함 전 연령대에 효과

이번 결과는 2만1977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이뤄진 임상시험의 중간 결과이다. 3분의 2는 두 차례 백신을 접종받았고, 나머지는 가짜약을 맞았다.

백신 접종자 1만4964명 중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증상을 보인 사람은 16명이었다. 가짜약 투여 그룹은 4902명 중 62명이 유증상 코로나 감염자로 확인됐다. 백신의 효능은 60세 이상을 비롯해 전 연령대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영국 글래스고대의 나비드 사타르 교수는 이번 결과에 대해 “전 연령대에서 확실한 항체 반응으로 감염을 막았으며 안전성도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백신이 효능과 안정성을 학계에서 인정받으면서 유럽 등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언론 인터뷰에서 “백신이 부족한 유럽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코로나 백신이 쓰일 수 있다”며 “백신이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든 안전하고 효능이 입증되면 코로나 대유행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키릴 드미트리프 러시아 직접투자펀드 대표는 “가말레야 연구소가 이미 유럽의학국(EMA)에 백신 허가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스푸트니크V 백신 개발을 지원했다.

러시아 코로나 백신의 효과를 확인한 랜싯 논문./Lancet

◇이 주 안으로 25국 허가 예상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스푸트니크V 백신을 허가했다. 임상시험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 승인이 나오자 효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11월 스푸트니크V 백신의 초기 임상결과는 92%의 효능을 나타냈다.

드리트리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에 대한 모든 비판은 이 순간 조용해질 것”이라며 “스푸트니크V 백신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백신 중 하나임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는 스푸트니크V 백신이 러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 15국에서 허가를 받았으며 이번 주 안으로 25국으로 늘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마찬가지로 인체에 무해한 아데노바이러스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집어넣은 형태이다. 역시 21일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한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두 차례 접종하는 백신이 똑같지만, 러시아 백신은 유전자를 전달하는 바이러스가 1회와 2회 접종 백신에 다르게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