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가스 방출량이 감소 추세로 돌아선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 10~40㎞ 상공의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치명적인 자외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지만 프레온가스에 파괴되면서 남극 상공에 거대한 오존 구멍이 뚫렸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스티븐 몬차카 박사와 영국 브리스톨대의 루크 웨스턴 교수 연구진은 11일 “국제적으로 생산·사용이 금지된 프레온가스가 동아시아에서 대규모로 방출되다가 최근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편의 연구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2019년 프레온 방출량, 2013년 이전 수준 회복
프레온가스는 염화불화탄소(CFC)11이란 물질로, 에어컨 냉매나 단열재로 많이 쓰였다. 프레온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국제 사회는 몬트리올 의정서를 통해 2010년 이후 모든 국가에서 생산과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몬차카 박사 연구진은 네이처 논문에서 2018년 말 이후 대기 중 프레온가스 감소가 가속화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18~2019년 전 세계 프레온가스 방출량이 약 1만8000톤 감소했다”며 “2019년 방출량은 5만2000톤으로 2008~2012년 연간 평균치와 비슷해졌다”고 밝혔다.
루크 웨스턴 교수 연구진은 역시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 프레온가스 방출량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한 것은 중국에서 프레온가스 방출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논문의 제1저자는 경북대 박선영 교수이다.
연구진은 ‘첨단 지구 대기 기체 실험(AGAGE)’ 프로젝트가 운영하는 제주도 고산과 일본 하테루마섬 관측소에서 측정한 자료를 분석했다. 두 곳은 공해물질이 나오지 않는 청정지역이어서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프레온가스를 확인하기에 적합하다.
연구진은 “중국 동부 지역의 프레온가스 방출량이 2014~2017년 연간 1만톤이던 것이 2019년에 다시 예년 수준인 5000톤으로 떨어졌다”며 “이 같은 감소량은 같은 시기 전 세계 프레온가스 방출 감소량의 60%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전 프레온가스 방출량이라면 오존층 복구가 몇 년씩 지연됐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우려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불법 방출이 프레온가스 증가 유발
프레온가스는 지난 2018년부터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미국 NOAA 연구진이 “세계에서 2012년부터 프레온가스 방출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동시에 동아시아 어디선가 불법적인 프레온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언론과 환경단체들이 중국에서 단열재 생산에 금지된 프레온가스가 쓰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박선영 교수 연구진은 2019년 이를 실제 관측치로 입증하는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제주도와 일본 하테루마섬에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측정한 대기 중 프레온가스 농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3년부터 산둥성·허베이성 등 중국 동부지역에서 전 세계 프레온가스 증가량의 40~60%에 해당하는 7000톤 이상이 배출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중국 정부도 2018~2019년 몬트리올 의정서 회의에서 공장 단속에서 금지된 오존층 파괴 물질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공장은 해체됐다. 이번 논문은 당시 조치로 중국에서 방출되는 프레온가스가 크게 감소했음을 확인한 것이다.
프레온가스 방출이 눈에 띄게 줄기는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브리스톨대의 매튜 릭비 교수는 “중국에서 프레온가스 생산이 중단됐다고 해도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건물 안 단열재와 전자제품에 들어있는 프레온가스는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대기로 스며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