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로 진행된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관절염 치료제인 토실리주맙이 중증 코로나 환자의 사망률을 낮춘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앞서 코로나 치료 효과를 입증한 스테로이드제 덱사메사손과 함께 쓰면 중증 환자의 사망을 줄이고 입원 기간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영국 정부 주도의 리커버리(RECOVERY) 임상시험 연구진은 11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토실리주맙을 투여한 코로나 입원 환자는 28일 이내 29%가 사망했지만, 다른 환자는 33%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국 브라운대 보건대학장인 아시시 지하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지에 “치명률을 4% 낮춘 것은 결코 사소한 게 아니다”며 “토실리주맙의 혜택은 스테로이드제(덱사메타손)보다 위에 있다”고 밝혔다.
◇스테로이드제와 병용하면 사망률 더 감소
토실리주맙은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항체 치료제 ‘악템라’의 약효 성분이다. 국내에서는 JW중외제약이 2013년부터 판매하고 있다.
리커버리는 영국 전역의 170여 병원에서 3만6000여명의 코로나 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치료제의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이다.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지난해 리커버리 임상시험은 염증 치료제인 덱사메타손이 코로나 중증환자의 치명률을 3분의 1까지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시험은 코로나 입원 환자 2022명에게는 텍사메타손 같은 기존 치료법에 토실리주맙을 추가 투여하고, 2094명은 기존 치료만 하며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약물 투여 28일 후 토시밀리주맙 투여 그룹은 596명이 사망했고, 기존 치료 그룹은 694명이 사망했다.
즉 덱사메타손에 토실리주맙까지 추가 투여하면 환자 25명 당 한 명꼴로 목숨을 더 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토실리주맙을 투여하면 회복기간이 줄어들고 인공호흡 장치 사용도 감소한다고 밝혔다. 영국 브리스톨대의 아티말라이펫 라마난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텍사마테손 이후 코로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산탄총 아니라 표적만 맞추는 치료제
연구진은 토실리주맙은 텍사메타손보다 훨씬 정확하게 약효를 낸다고 설명했다. 리커버리 임상시험의 수석 연구자인 피터 호비 박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덱사메타손 같은 스테로이드제가 산탄총과 같은 접근을 한다면 토실리주맙은 표적만 정확히 맞추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덱사메타손은 면역세포를 억제해 염증을 억제하지만, 토실리주맙은 면역 신호물질인 인터루킨 6가 수용체 단백질과 결합하지 못하게 막아 면역 과잉 반응을 원천 차단한다.
토실리주맙은 지난해부터 코로나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다. 미국 제넨텍은 지난해 9월 코로나 입원 환자 389명 중 토실리주맙을 투여한 사람들은 인공호흡기를 쓸 정도로 증세가 악화되거나 사망하는 숫자가 다른 환자보다 44%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제넨텍은 로슈 자회사이다.
문제는 토실리주맙이 텍사메타손보다 100배는 비싸다는 점이다. 영국에서 토실리주맙 주사 치료는 500파운드(한화 약 76만원)이나 들어간다. 스테로이드제는 7600원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가격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호비 박사는 “여러 작업이 진행 중이므로 앞으로 몇 개월 이내 돈 많은 나라만 아니라 누구나 이 약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