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이정표는 북극점을 표시하고 있다. 북극은 우리 행성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북위 90도 지점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점 간판이 바다에 뜬 얼음에 위태롭게 서 있다. 영국의 사진작가 수 플러드는 이 사진으로 지난 12일(현지 시각) 영국 왕립사진학회가 주최한 ’올해의 과학 사진작가전'에서 기후변화상을 수상했다.
◇온난화 직격탄 맞은 북극 현실 보여줘
올해의 과학사진전은 과학 연구와 그 성과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 대회에는 1000여명의 사진작가가 현미경 사진부터 기후변화를 보여주는 사진까지 다양한 작품을 출품했다. 수상작들은 맨체스터 과학축제의 일환으로 12일부터 5월 2일까지 맨체스터 과학산업박물관에서 온라인으로 전시된다.
[영국 왕립사진학회 선정 올해의 과학사진작가전 수상작.]
사진전은 세 가지 주제로 이뤄져 있다. 처음은 ‘인과관계(CAUSES AND EFFECTS)’이다. 농업과 공업 등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자연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플러드의 기후부문 우승 작품도 여기에 해당한다.
플러드는 “기후변화는 현실이며 북극의 얼음은 놀라운 속도로 녹아 전 세계 야생동물과 인간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 사진을 통해 개인이나 기업, 정부가 기후변화에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플러드는 바다 위 얼음 위에 북극곰이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인관과계 부문 준우승상도 받았다. 북극곰은 얼음을 통해 먹이를 찾아다니는데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그 길이 막히고 있다.
◇GSP 정보로 만든 침몰선의 항공사진
다음은 ‘세상에 대한 이해(UNDERSTANDING OUR WORLD)’이다. 과학은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미시 세계에서 지구의 기후변화와 저 먼 우주까지 세상을 이해하는 수단이다. 올해의 과학사진작가전 일반 과학부문 우승작은 시몬 브라운 작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홍해에서 난파한 선박 티슬곰을 찍은 항공사진에 돌아갔다.
1940년 영국에서 건조한 이 무장 상선은 이듬해 홍해에서 독일 폭격기의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이제 티슬곰은 다이빙 장소로 더 유명하며 서서히 산호초의 일부가 돼가고 있다. 이번 수상 사진은 GPS(위성항법장치) 정보가 담긴 1만5005장의 사진을 합성한 것이다. 브라운 작가는 “예술과 과학을 결합하는 일은 완벽하게 창의적인 일”이라며 “정보와 시각적 해석이 하나가 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보여준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놈 베이커는 공룡 화석의 단면을 현미경으로 찍은 사진으로 ‘세상에 대한 이해’ 준우승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에 보이는 화려한 색은 화석 형성 과정에서 무기물 성분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캐티 애플턴은 ‘무지개 그림자’ 작품으로 ‘올해의 젊은 과학 사진작가상’을 받았다. 사진전의 두 번째 주제에 꼭 들어맞는 이 사진은 프리즘을 통과한 햇빛이 벽에 무지개색 빛의 스팩트럼을 나타낸 모습을 포착했다. 18세 이하 부문상을 수상한 애플턴은 “아주 간단한 이 사진이 누구나 나이나 장비에 상관없이 과학사진을 찍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정에너지원이 제시하는 미래의 희망
마지막 주제는 ‘미래의 희망(HOPE FOR THE FUTURE)’이다. 레이먼드 장은 ‘아폴로의 사자’라는 작품으로 젊은 과학사진작가 기후부문상을 받았다. 미래의 희망 주제에 꼭 들어맞는 이 작품은 중국에 있는 집광형 태양열 발전소를 보여준다.
집광형 발전소에서는 햇빛을 수많은 반사경으로 한 데 모아 엄청난 열을 발생시킨다. 이 열로 물이나 기름을 끓여 발전용 터빈을 돌린다. 사진 한 가운데 빛나는 곳이 수많은 반사판에서 온 햇빛이 모인 지점이다. 신재생에너지라는 미래의 희망을 그대로 보여준 작품인 셈이다.
크리스티안 루니그가 독일 태양연구소에서 촬영한 ‘신라이트 실험’은 ‘미래의 희망’ 부문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연구소에서는 149개의 램프로 햇빛을 1만 배 세게 만든다. 여기서 나오는 에너지는 물에서 미래 연료가 될 수소를 분리하는 데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