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오는 4월 1000억원대 상금을 내건 기술 경연대회를 연다. 이 대회에서 참가팀들은 탄소 포집 기술을 겨루게 된다. 머스크는 “1기가t(10억t) 수준의 탄소 포집 기술 시스템을 구축할 팀을 원한다”고 밝혔다. 탄소 1기가t은 항공모함 1만대 무게와 같다. 부피로 따지면 뉴욕 센트럴파크 공원 부지 전체를 덮을 수 있는 340m 높이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에 해당한다. 미국 석유업체인 엑손모빌도 앞으로 5년간 온실가스 저감 프로젝트에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해 생산 시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저장하는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가 인류의 당면 과제가 되면서 국내외에서 탄소 포집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탄소 포집 기술은 화석연료의 사용 등으로 발생하는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지 못하게 한다.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주입하고 봉인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는 물질로 탄소를 줄이는 식이다. 최근엔 이산화탄소를 새로운 고부가 가치 물질로 바꾸는 기술들도 속속 개발됐다.
◇이산화탄소 두 배 빨리 흡수하는 콘크리트
미국 퍼듀대 연구진은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콘크리트 제조법을 개발했다”라고 지난 11일 국제 학술지 ‘건설과 건물 재료’에 밝혔다. 콘크리트 생산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 정도를 차지한다. 콘크리트 자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양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연구진은 시멘트 가루에 일정 비율의 이산화티타늄을 혼합했다. 이산화티타늄 성분이 들어가면 시멘트의 수산화칼슘 분자 크기가 줄어들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 결과 새로운 콘크리트는 기존보다 흡수 속도가 2배 더 빨랐다.
특히 최근엔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합물로 만드는 연구가 활발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오형석 박사팀은 16일 “높은 효율로 이산화탄소에서 일산화탄소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일산화탄소는 화학·금속·전자산업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기존 이산화탄소 전환 연구는 주로 액체 상태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이산화탄소가 물에 잘 녹지 않아 충분한 효율을 얻지 못했다. 연구진은 일산화탄소 생성 효율이 높은 기체 상태에서 작동하는 은 촉매 전극을 개발했다. 산호 모양의 미세 구조를 가진 은 촉매는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전환하는 효율이 기존 시스템보다 100배 이상 높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오형석 박사는 “성능을 높이는 연구와 함께 에틸렌이나 에탄올 등 다른 물질을 만들 수 있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화학연구원 황영규 박사팀은 글리세롤과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젖산과 포름산을 높은 수율로 생산할 수 있는 촉매를, 김용태 박사팀은 이산화탄소와 버려지는 산업 가스에서 고부가 가치 화학물질인 ‘알파올레핀’을 만드는 촉매를 개발했다.
◇이산화탄소로 건축 단열재 제작
더 나아가 이산화탄소로 공산품도 제작할 수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조득희 박사팀은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친환경 폴리우레탄 화장품 쿠션과 건축 단열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새로운 촉매로 이산화탄소를 폴리우레탄의 원료가 되는 기본 물질인 ‘프로필렌 카보네이트’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프로필렌 카보네이트는 폴리올을 거쳐 폴리우레탄이 된다.
연구진은 프로필렌 카보네이트를 이용해서 부드러운 형태인 화장품 쿠션과 딱딱한 형태인 건축 단열재 시제품을 각각 제조했다. 조득희 박사는 “새로 개발한 방법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면서 가격도 기존보다 20% 줄일 수 있다”라며 “기업에 기술이전해서 최종적으로 상업화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