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에 있는 네안데르탈인 복원상. 인류의 사촌격으로 4만년 전 돌연 멸종했다./런던자연사막물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 인류에게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울 유전자들을 물려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앞서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코로나 증상을 더 악화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번에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의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의 휴고 제베르그 박사와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스반테 파보 박사는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 2일자에 “네안데트탈인에서 물려받은 유전자 3개가 코로나 중증 위험을 22% 낮춘다”고 밝혔다.

◇RNA 바이러스 물리치는 효소 생산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보다 먼저 유라시아 대륙에 정착했지만 4만 년 전 돌연 멸종한 인류이다. 멸종 전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와 피를 나누면서 오늘날 인류에도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남았다.

연구진은 코로나 환자 2200여명의 유전자를 5만년과 7만년, 12만년 전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화석 유전자와 비교했다. 그 결과 12번 염색체에 있는 OAS1, OAS2, OAS3이 네안데르탈인에서 물려받은 형태이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중증으로 발전하는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OAS 유전자는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유전물질로 RNA를 가진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효소를 생산한다.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에서 온 유전자가 더 강력한 효소를 생산한다고 추정했다.

12번 염색체의 OAS1, OAS2, OAS3 유전자가 네안데르탈인에서 물려받은 형태인 사람(붉은색)의 비중. 인류가 아프리카를 더나 유라시아로 이주하면서 현지의 네안데르탈인과 만나 해당 유전자를 전달받았음을 알 수 있다./PNAS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긍정 효과 더 커

인류의 조상은 이주하는 곳마다 먼저 살던 사람들과 피를 나누면서 유전자도 교환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인을 제외한 현대인의 DNA에는 4만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지분이 1~4% 들어 있다. 다 모으면 네안데르탈인의 DNA는 현대인에 약 20%가 남아있다.

연구진은 지난해 9월 네이처에 이번과 정반대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코로나 증상이 심한 사람 약 2000명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3번 염색체에 네안데르탈 유전자가 있는 사람은 코로나에 감염되면 중증이 될 위험이 두 배나 높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오늘날 인류가 3번 염색체보다 12번 염색체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더 많이 갖고 있어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코로나를 막는 효과가 더 크다고 밝혔다. 3번 염색체에 코로나 증세를 악화시키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오늘날 8명 중 1명 꼴이다. 반면 12번 염색체에 코로나 중증을 막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유라시아와 미주 대륙에서 30%에 이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생 인류에서 12번 염색체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한 것은 그만큼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12번 염색체에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있는 사람은 2만년 전에는 10명중 1명꼴이었으나, 1만년 전에는 15%, 300~1000년 전에는 3분의 1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인류가 아프리카 밖에서 새로운 RNA 바이러스에 직면했을 때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받은 유전자가 만든 효소가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최근 네안데르탈인의 OAS 유전자 비중이 유라시아인에서 증가한 것은 수천년 동안 이 유전자가 긍정적인 영향을 줘 자연선택됐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