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자리 X-1 블랙홀(오른쪽)로 별이 빨려드는 모습. 이때 물질 일부가 블랙홀 주변을 엄청난 속도로 도는 원반 수직 방향으로 뿜어져 나오는 제트가 발생한다./국제전파천문연구센터

국내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인류가 최초로 발견한 블랙홀의 거리와 질량을 새로 밝혔다. 블랙홀은 밀도가 엄청나게 높아 강력한 중력으로 모든 물질을 끌어들이는 천체다.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검은 구명'이란 뜻의 이름이 붙었다.

호주 커틴대의 제임스 밀러-존스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1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백조자리 X-1 블랙홀이 이전에 알려졌던 것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으며, 더 무거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백조자리 X-1 블랙홀이 주변 별에서 물질을 빨아들이는 모습의 상상도. 국제 공동 연구진이 이번에 블랙홀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이전보다 더 멀고, 블랙홀의 질량도 50% 더 무겁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전 세계 전파망원경 10대를 연결한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A)로 백조자리 X-1 블랙홀의 정밀한 위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지구에서 블랙홀까지의 거리가 기존에 알려졌던 약 6100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보다 먼 약 7200광년 떨어져 있는 것을 알아냈다. 질량도 태양 질량의 21배로 기존에 알려진 질량보다 50% 무거운 것으로 밝혀졌다.

백조자리 X-1은 1964년 고층 대기 관측 로켓에 실린 엑스선 검출기를 통해 처음 발견됐다. 블랙홀은 주위 별에서 끌려오는 물질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강력한 자기장이 생긴다. 이때 일부 물질이 블랙홀 밖으로 빛의 속도에 가깝게 뿜어져 나오는 제트(jet) 현상이 발생한다. 엑스선도 발생한다.

백조자리 X-1의 위치와 삼각시차 거리 측정법./국제전파천문연구센터

연구진은 백조자리 X-1 블랙홀에서 나오는 전파신호를 관측하고, 삼각시차 측정법을 통해 정확한 거리를 알아냈다. 왼쪽 눈을 감고 팔을 뻗어 손가락을 볼 때와 오른쪽 눈을 감고 손가락을 볼 때의 위치가 서로 다르다. 마찬가지로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동안 각각 다른 위치에서 보이는 블랙홀까지의 거리와 각도를 바탕으로 실제 거리를 계산했다.

블랙홀이 20% 더 멀리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질량도 더 크게 수정됐다. 같은 밝기의 천체가 실제로는 더 멀리 있다면 그만큼 질량도 더 커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태양 질량의 15배로 생각했지만 이번에 21배로 수정됐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호주 모나쉬대의 일리아 맨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 백조자리 X-1 블랙홀이 기존의 가설보다 질량이 훨씬 무거운 별로 밝혀졌다”며 “백조자리 X-1 블랙홀은 수 만 년 전에 태양 질량의 약 60배에 달하는 무거운 별이 강력한 중력에 붕괴하면서 형성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문연구원의 정태현 선임연구원과 김정숙 박사후연구원도 이번 논문의 공동 저자이다. 정태현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천문연은 전파간섭계를 활용한 백조자리 X-1 블랙홀의 정밀 위치 측정법 고안에 기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