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들을 통해 영국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전보다 인체에 더 오래 머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이러스의 체류 기간이 증가한 만큼 전염력과 치명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감염 의심 환자의 자가 격리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요나단 그래드 교수 연구진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하버드대 온라인 도서관에 “이전 코로나 바이러스는 평균 8.2일 동안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만 영국에서 퍼지기 시작한 B.1.1.7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 가능 기간은 13.3일”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30% 더 오래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전염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전보다 전염력이 50% 더 세다고 알려졌다.
◇ “미·영, 자가격리 기간 단축 제고해야”
연구진은 전미농구협회(NBA)와 함께 지난해 여름부터 프로농구선수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진행했다. 코로나 감염자 65명 중 7명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사 결과 이전 코로나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서 2일간 증식하지만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5.3일 동안 계속 수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인체 면역체계가 6.2일만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제거했지만,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8일이나 걸렸다. 결국 이전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염 기간이 8.2일이지만 영국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13.3일이라는 말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더 오래 인체에 감염되고 이로 인해 다른 사람에 대한 전염력도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며 “감염 의심 환자의 자가 격리 기간은 지금의 10일보다 더 길어야 이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2차 감염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12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자가격리 기간을 기존 14일에서 1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영국도 이때 같은 조치를 실시했다. 과학자들은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격리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지자 의심 환자의 격리 기간을 3주까지 늘렸다.
◇바이러스 오래 머물면 면역과잉 유도
변이 바이러스가 인체에 오래 있으면 그만큼 개체수도 늘어난다. 영국 공중보건국과 버밍햄대 공동 연구진은 지난 13일 국제 학술지 ‘감염병 저널’에 지난해 10월부터 11일 사이 코로나 환자 641명을 조사한 결과 변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몸에 바이러스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숫자가 많으면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옮겨갈 가능성도 커진다고 볼 수 있다. 하버드 보건대학원 연구진은 역시 체내 바이러스의 최대 밀도가 변이 바이러스에서 더 높았다고 밝혔다.
특히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오래 머물수록 더 치명적인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로 영국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치명률이 기존 코로나보다 35% 높다고 알려졌다.
영국 레딩대의 시몬 클라크 교수는 인디펜던트지 인터뷰에서 “인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면 면역과잉반응이 일어나 환자를 죽일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며 “하버드대 연구 결과는 변이 바이러스의 전염력 증가뿐 아니라 치명률을 높인 것도 설명해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