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침투한 코로나 바이러스(붉은색)의 전자현미경 사진./NIAID

최근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음 번에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만큼 전염성이 강하면서도 더 치명적인 신형 코로나가 대유행할 수도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과학자들이 변화무쌍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공략할 신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모든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다 듣는 범용 백신이다.

영국 과학매체 뉴사이언티스트는 24일(현지 시각) “다양한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변화가 없는 단백질을 공략하는 범용 백신이 여러 곳에서 개발돼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올해 안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음번 코로나는 1년에 1억명 희생 가능”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영국 바이오기업 콘저비 바이오사이언스는 유전물질인 mRNA로 범용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초기 임상시험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VBI 백신도 역시 올해 안에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 유발 바이러스에 모두 듣는 범용 백신을 임상시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범용 백신은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물론, 과거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발한 다른 호흡기 질환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7종이다. 일반적인 감기를 유발하는 4종과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2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유발한 바이러스, 그리고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 등이다.

그중 메르스와 사스, 이번 코로나까지 3종의 질환을 유발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치명적이다. 메르스는 치명률이 35%였고, 사스는 10%이다. 이번 코로나19는 치명률이 1%에 그치지만, 전염력은 월등하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이 세가지 바이러스의 독성을 모두 합친 강력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간 백신 프로젝트의 대표인 웨인 코프는 “다음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번 코로나처럼 전염력이 강하고 사스와 메르스처럼 치명적이면 1년 안에 1억 명이 죽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최근 뉴욕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한 모임에서 “해결책은 명확하다. 모든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범용 코로나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변화 없는 부분 공략

범용 백신을 만들려면 우선 모든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거의 변화가 없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기존 코로나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할 때 열쇠로 이용하는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최근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에서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나 백신이 잘 듣지 않고 있다.

범용 백신 연구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방글라데시 다카대 연구진은 2014년 국제 학술지 ‘BMC 생물정보학’에 모든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동일한 RNA 복제 효소 단백질이 범용 백신의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도 범용 백신의 공략 대상이 있다. 과거 사스를 유발한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와 이번 코로나를 유발한 바이러스(SARS-CoV-2)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 순서가 78% 같다. 과학자들은 이 두 가지 단백질을 합하면 충분히 범용 백신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한다. 실제로 과거 사스를 앓았던 사람은 이번 코로나에 저항력을 보였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의대의 랄프 바릭 교수 연구진은 지난 1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과거 사스에 걸렸던 사람에서 추출한 항체 중에 이번 코로나를 비롯해 다양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모두 결합하는 종류를 찾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유전자를 변형시켜 해당 항체의 효능을 더욱 강화시켰다. 그리고 이 수퍼 항체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어떤 부분에 결합하는지 확인했다. 연구진은 수퍼 항체가 결합한 곳이 돌연변이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부분으로 바이러스에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동물실험에서 범용 백신의 효능을 입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의 파멜라 뵤크만 교수는 지난 12일 사이언스에 인간과 동물에 감염되는 여러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특징을 모은 인공 단백질을 발표했다. 이 단백질로 만든 백신은 생쥐 실험에서 다양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보였다.

과학자들은 여러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변화가 없는 단백질이 생쥐 몸 안에서 면역세포인 T세포 반응을 강하게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백신은 바이러스에 결합하는 항체를 유도해 인체 감염을 막고, 동시에 T세포를 불러와 감염 세포를 죽인다. 기존 코로나 백신이 항체에 집중했다면 범용 백신은 T세포도 강화시켜 더 광범위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