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찬란했던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하는 인생곡이 있다. 요즘 세대에게 ‘탑골가요’란 이름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90년대 대중가요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른 트로트 음악을 들으며 젊은 시절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음악은 마음의 병도 치료한다.
스위스 취리히대의 산드라 오피코퍼 박사 연구진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치매 환자가 자신의 인생곡을 들으면 행복감이 높아져 우울한 감정이 가라앉고 이상 행동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치매 환자 행복감 높이는 음악 거울
영국의 음악 교육가인 히더 에드워드 박사는 이른바 ‘음악 거울’이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누구나 자신의 과거를 비춰주는 음악이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각자의 음악 거울을 만들기 위해 요양원에 있는 치매 환자들을 만나 인생에서 가장 기억나는 순간과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을 조사했다. 이를 테면 스위스의 한 프로축구팀에서 골기퍼를 한 남성은 축구장에서 아내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얘기하며 당시 노르웨이 출신 여가수 뱅케 미어가 부른 골키퍼에 대한 노래를 떠올렸다.
오피코퍼 박사 연구진은 이후 6주 동안 요양원에서 간호사나 간병인이 환자를 다루기 힘든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환자가 자신의 인생사를 인생곡을 배경으로 회고한 녹음을 틀었다. 음악 거울을 사용할 때는 새로운 간병인이 첫 야간 업무를 하는 날이나 환자와 신뢰 관계를 맺고자 할 때, 또는 환자가 옷 갈아입기를 거부하는 상황 등이었다.
실험 결과 음악 거울 방법은 치매 환자의 행복감을 크게 높였다. 일상 뿐 아니라 환자가 흥분했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때도 효과가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환자가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것도 크게 줄었다고 했다.
◇간병인 스트레스 줄이고 환자와 유대감 높아져
환자의 인생곡은 환자뿐 아니라 이들을 보살피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줬다. 환자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고, 환자와의 유대감도 높아졌다.
오피코퍼 박사는 “한 간호사는 자신이 돌보던 환자의 음악 거울이 돌아가신 부모님이 즐기던 음악 스타일과 비슷해 환자와 새로운 유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음악 거울, 사운드 트랙의 생명'이라는 72페이지 보고서로 발표했다. 음악 거울은 노래가 아닌 자연의 소리인 경우도 있었다. 한 환자는 어린 시절 스위스 엥겔베르그 지역의 강가에서 놀던 날이 가장 기억난다며, 강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 잠이 잘 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