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태양계 생성기인 약 46억년 전의 화학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희귀한 우주 운석 조각이 떨어져 과학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운석 조각의 구성 물질은 태양계 초기 역사와 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연구하는 데 단서가 될 것이라고 영국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8일(현지 시각) 영국 BBC방송,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9시 54분 영국 남서부 글로스터셔에선 지구를 향해 활활 타오르면서 초속 14km로 떨어지는 운석 조각이 관측됐다. 북유럽에 사는 수천 명이 이 운석 불덩어리를 목격했고, 가정용 방범카메라(CCTV), 영국유성관측협회인 UKFall(영국 파이어볼 얼라이언스)의 특수카메라 등에도 찍혔다. 영국에 떨어진 운석이 발견된 건 30년 만이다.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은 카메라 정보 등을 통해 낙하지점을 예측해 글로스터셔 윈치콤(Winchcombe)으로 들어서는 진입로에서 약 300g 무게의 까만 우주 운석 조각을 채취했다. 자연사박물관은 떨어진 운석 조각이 보존이 잘 된 상태로 회수됐으며, 실제 우주 탐사에 나서야 발견할 수 있는 정도의 품질과 무게라고 밝혔다. 운석 조각을 최초로 확인한 리처드 그린우드 오픈유니버시티 행성과학 연구원은 “매우 희귀하고 특별한 운석 조각을 보자마자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영국 과학계는 이 운석 조각이 ‘탄소질 콘드라이트’(carbonaceous chondrite)라는 물질로 이뤄져 있다고 밝혔다. 탄소질 콘드라이트는 태양계 창성 초기에 만들어져 태양계의 초기 성질을 보유한 물질로 여겨진다. 또 유기물질과 아미노산을 포함하고 외부 물질에 오염되지 않아 태양계 초기 역사와 지구 생명의 기원을 알아낼 수 있는 물질로도 알려져 있다.
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지구상에 약 6만 5000개의 운석이 떨어졌으며 이중 낙하 모습이 목격된 경우는 1206개다. 특히 이 중 51개 만이 탄소질 콘드라이트 성분으로 이뤄졌다. 자연사박물관 지구과학 연구원 애슐리 킹 박사는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로 떨어진 우주 운석은 지구와 같은 태양계 행성들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알려준다”며 “추락 직후 발견된 운석을 처음으로 연구할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운석은 지구에 있는 어떤 암석보다 오래됐다. 이 운석은 일본 항공우주탐사국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지난해 12월 지구에서 3억 4000만km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서 발견한 5.4g짜리 물질과 유사하다고 자연사박물관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