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달에도 지구의 부르즈 칼리파 같은 초고층 빌딩이 세워질 전망이다. 달에 사람이 거주하는 데 필요한 전력을 얻으려면 수㎞ 높이의 빌딩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천체물리학자인 마틴 엘비스 교수 연구진은 최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에 “달에 있는 재료로 2㎞ 높이의 빌딩을 세우고 표면을 태양전지판으로 덮으면 유인(有人) 우주기지에 필요한 전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280억 달러(한화 약 32조원)를 들여 2024년까지 달에 우주인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끊어졌던 유인 달 탐사가 50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를 발사해 최초로 달에 우주인을 보냈으며, 1972년 아폴로 16호까지 유인 달 탐사를 진행했다.
◇2km 높이 빌딩도 1년 안에 건설 가능
과학자들은 달에서 우주인이 거주할 기지를 유지하려면 두 가지 핵심 자원이 확보돼야 한다고 본다. 바로 물과 전력이다. 과학자들은 달의 남극 근처 햇빛이 들지 않는 충돌구에 얼음 형태로 대량의 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이곳에 우주선을 착륙시킬 계획이다. 물은 우주인의 식수와 작물을 키울 농업용수가 된다. 전기분해하면 로켓의 연료와 호흡에 필요한 수소, 산소도 뽑아낼 수 있다.
문제는 물이 있는 곳은 충돌구 안쪽이고 태양광 발전(發電)은 충돌구 가장자리보다 높은 곳에서 가능하다는 데 있다. 그 정도 높은 곳에 태양전지를 둬야 늘 그늘이 지지 않아 충분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엘비스 교수 연구진은 “달은 지구보다 중력이 6분의 1에 불과해 두바이에 있는 828m의 부르즈 칼리파보다 더 높은 빌딩을 세울 수 있다”고 밝혔다.
지구에서 고층 빌딩을 세우면 빌딩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또 높은 곳에서 부는 고속의 바람도 견뎌야 한다. 지진에 견디는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 달은 중력이 약하고 대기와 지각 활동도 없어 그런 문제는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를 근거로 두께가 20㎝만 되면 수㎞ 높이의 빌딩을 세울 수 있다고 계산했다.
◇달 토양으로 콘트리트 현지 조달
대신 빌딩을 세울 재료를 지구에서 로켓으로 나르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연구진은 달 토양으로 콘크리트를 만들면 건축 자재도 현지 조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한양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인공 달 토양으로 달 기지를 세우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론적으로 달에서 17㎞ 높이까지 빌딩을 세울 수 있지만, 건설 기간을 1년으로 가정하면 하루에 콘크리트 11톤을 처리해 2㎞ 높이의 빌딩을 세울 수 있다고 밝혔다. 높이가 1㎞면 그보다 80% 속도면 가능하다고 추산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10~20년 안에 달에 초고층 빌딩을 세울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