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연료가 항공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쓰레기도 처리하고 청정 연료도 얻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인 셈이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의 데렉 바던 박사 연구진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음식 쓰레기를 땅에 매립하지 않고 항공유로 바꾸면 항공기가 화석연료를 쓸 때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165%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항공기가 배기가스로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와 음식 쓰레기가 매립될 때 나오는 온실가스인 메탄 감소분을 합친 수치이다.
◇항공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
항공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5%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항공산업은 매년 210억 갤런의 제트유를 소모하는데 이번 세기 중반까지 그 양이 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도 늘 수밖에 없다.
미국 항공산업은 이번 세기 안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50%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배터리로 가는 전기 항공기 등이 개발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제트 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대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연구진은 음식 쓰레기에서 제트유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수분이 많은 음식 쓰레기는 미생물 발효 과정에서 바이오 연료인 메탄으로 바뀐다. 하지만 메탄은 항공기 연료로 쓸 수 없다. 연구진은 메탄 미생물의 발효를 억제해 음식 쓰레기를 메탄 대신 휘발성 지방산(VFA)으로 변환시켰다.
다음 과정에서는 촉매를 이용해 탄화수소 유도체인 케톤을 만들고, 이후 수소를 넣고 산소를 제거해 최종적으로 파라핀 친환경 항공유(SAF) 두 가지를 합성했다. 연구진은 “음식 쓰레기에서 나온 파라핀은 기존 제트유에 70%가 융합됐으며 연료 기준도 충족했다”고 밝혔다.
◇온난화 유발 비행운 줄이는 효과도
음식 쓰레기로 만든 파라핀 연료는 기존 제트유보다 연소할 때 검댕이 34%가 덜 나온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 또한 항공기로 인한 온난화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항공기가 날아가면 날개 뒤로 구름이 길게 이어지는 비행운(飛行雲)이 생긴다. 항공기 엔진이 배출하는 뜨거운 배기가스가 차가운 공기를 만나 얼음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검댕은 이때 얼음 결정이 달라붙는 핵 역할을 한다.
비행운은 복사열이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이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비행운으로 인한 온실화 효과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일으키는 온실효과보다 2~4배 클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파라핀 연료가 검댕을 덜 배출하면 그만큼 비행운도 줄어 온난화 효과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파라핀 생산시설을 확대해 2023년 사우스웨스턴 항공사의 항공기로 시험 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