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처음으로 암모니아 연료로 시험운행할 바이킹 에너지호./Eidesvik

대양을 오가는 화물선과 유조선, 컨테이너선은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 동력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3%가 나온다. 해운 산업은 온실가스 방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자 무색의 액체 연료에 눈을 돌리고 있다. 바로 암모니아다. 세계 곳곳에서 암모니아를 태우는 엔진이 개발되고 있으며, 곧 첫 암모니아로 가는 선박이 운항을 시작한다. 암모니아는 어떻게 바다를 바꿀까.

◇2050년까지 온실가스 50% 감축 목표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2018년 이번 세기 중반까지 해운 산업의 이산화탄소 방출을 2008년 발주 선박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1조400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본다. 엄청난 신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스펙트럼지는 지난달 “해운 산업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 바다를 오가는 대형 선박에 암모니아 연료를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물질이다. 탄소가 없어 태워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에너지 밀도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10배나 된다. 석유처럼 태워서 열을 발생할 수도 있고, 수소처럼 연료전지에서 산화시켜 전기를 만들 수도 있다. 특히 기체인 수소는 고압 탱크에 저장해야 하지만 암모니아는 액체 상태로 실을 수 있다. 미국선급협회는 2050년까지 암모니아와 수소가 선박의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암모니아 추진 선박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핀란드 엔지니어링 회사인 바르질라는 이달 중으로 암모니아를 태우는 선박 엔진을 시험하기로 했다.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르는 바르질라 엔진을 근해 운반선 바이킹 에너지호에 장착해 2024년 시험 운항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조선업계도 적극적이다. 삼성중공업은 2019년부터 말레이시아 선사 MISC, 독일의 선박 엔진 제조사인 만 에너지 솔루션, 영국 로이드 선급과 함께 암모니아 추진 선박을 개발하고 있다. 2024년 상용화가 목표다. 현대미포조선과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로이드 선급에서 암모니아 추진 선박에 대한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모두 비슷한 시기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풍력·태양광으로 청정 암모니아 생산

암모니아 추진 선박이 상용화되려면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정 암모니아 제조 기술이다. 현재 암모니아 제조 공정은 20세기 초 개발된 하버-보슈법을 기본으로 한다. 고온, 고압 조건을 맞추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다 보니 여기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전 세계 방출량의 1.8%를 차지한다.

과학자들은 신재생에너지가 청정 암모니아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풍력이나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이 전기로 물을 분해해 산소와 수소를 얻는다. 동시에 공기 중의 산소와 질소도 분리한다. 마지막으로 질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얻는 방식이다.

일본 후쿠시마 재생에너지연구소는 태양광 발전과 물 분해로 매일 50㎏의 청정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있다. 영국 러더포르 애플턴 연구소는 풍력 터빈에서 만든 전기로 매일 30㎏의 청정 암모니아를 만든다. 호주 재생에너지국은 최근 300만달러를 투자해 연간 2만톤의 청정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호주의 풍부한 태양광 자원을 이용해 청정 선박 연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선급이 지난달 발표한 암모니아 연료추진선박 보고서에 따르면 독성이 있는 암모니아를 안전하게 운반, 공급하는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또 암모니아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공해 물질인 산화질소도 해결해야 한다. 이 점에서 암모니아를 직접 태우지 않고 연료전지에서 산화시켜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를 위해 수소보다 산화가 어려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2024년 바이킹 에너지호는 2메가와트급 암모니아 연료전지도 시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