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바이오기업 메디카고의 직원들이 코로나 백신을 생산하는 담뱃잎을 살피고 있다. 담뱃잎 백신은 이달부터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갔다./메디카고

코로나 전쟁에 담배도 참전했다.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캐나다 바이오기업 메디카고는 지난 16일 담뱃잎을 재배해 만든 코로나 백신이 최종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메디카고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라는 식물에 주입했다. 호주 원산지인 이 식물은 연초를 만드는 니코티아나 타바쿰과 같은 담배속(屬)이다. 메디카고는 담뱃잎에서 바이러스 입자를 뽑아 GSK의 면역증강제와 함께 18세 이상 3만명에게 시험할 예정이다. 임상 3상은 미국과 캐나다 등 10국에서 진행된다. GSK는 연말쯤 최종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생산 속도 획기적으로 줄여

메디카고가 담뱃잎에서 추출한 입자는 겉모양은 바이러스와 똑같지만 유전물질이 없어 인체에 들어가도 복제되지 않는다. 그만큼 안전성이 높다. 더 큰 장점은 속도이다. 독감 백신처럼 달걀에 바이러스를 주입해 백신을 만들면 6개월이 걸리지만 담뱃잎 백신은 6주면 된다. 유전자 합성 방식인 미국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도 생산 속도가 비슷하지만, 대량생산은 식물 재배가 훨씬 쉽다.

또 담뱃잎 백신은 기존 백신처럼 병원성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 없다. 식물에는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담뱃잎 코로나 백신은 담배 회사들이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메디카고는 스위스 담배 회사인 필립 모리스 인터내셔널의 투자를 받았다. 영국 담배 회사인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도 미국 자회사인 켄터키 바이오프로세싱(KBP)과 담뱃잎으로 코로나 백신을 개발했다. 이 백신도 지난해 12월 18~70세 180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 시험에 들어갔다.

혈액에서 코로나 치료용 항체를 생산하는 젖소./사브 바이오세러퓨틱스

◇코로나 치료제 만드는 농업 파밍

담뱃잎 백신은 농작물과 가축을 이용해 치료제를 만드는 이른바 파밍(pharming, 분자농업)의 성과다. 파밍은 약(pharmaceutical)과 농업(farming)의 영어 단어를 합친 말이다.

파밍은 코로나 치료제에서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 바이오 기업인 사브 바이오세러퓨틱스는 지난해 5월 젖소 혈액에서 추출한 사람 항체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회사는 지난해 8월부터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젖소는 사람보다 몸집이 커서 혈액량도 많다, 그만큼 항체도 많이 나온다. 회사는 젖소에게 사람 항체 유전자를 주입했다. 그 상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DNA를 주입해 사람 항체 생산을 유도했다.

사브는 앞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항체 치료제를 젖소에서 생산해 임상시험을 마쳤다. 메르스 유발 바이러스도 이번 코로나와 같은 계열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