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동물에게도 감염된다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졌다. 이에 따라 동물이 치명적인 변이 바이러스가 생겨날 저장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앞서 사람을 통해 코로나에 감염된 밍크가 역으로 변이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옮긴 사례가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지난 31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에서 시작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쥐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에티엔느 시몬-로리에르 박사 연구진은 최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여러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실험용 생쥐에게 감염시킨 실험 결과를 올렸다.
생쥐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나 영국에서 나온 B.1.1.7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B.1.351 변이 바이러스와 브라질에서 유래한 P1 변이 바이러스는 생쥐에 감염돼 몸 안에서 증식했다.
◇스파이크 돌연변이로 쥐에게도 감염 가능해져
그동안 집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 동물원의 사자, 호랑이와 표범, 고릴라, 농장의 밍크 등 다양한 동물이 인간을 통해 코로나에 감염됐다. 하지만 쥐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
지금까지 쥐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숙주세포의 ACE2 수용체에 결합시켜 침투하는데, 쥐의 ACE2 수용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와 결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남아공과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쥐의 ACE2 수용체에도 결합할 수 있게 됐다고 추정했다.
현재로선 코로나에 감염된 쥐가 다시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은 없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야생 쥐가 코로나에 감염된 사례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쥐가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어디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쥐가 자칫 코로나 바이러스의 새로운 저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처음 시작해 중간 숙주 동물을 거쳐 사람에게 옮겨온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동물로 넘어가 그곳에서 새로운 변이체로 진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해 덴마크의 농장에서 키우는 밍크가 사람을 통해 코로나에 걸린 뒤 다시 사람에게 코로나를 옮긴 예가 있다. 미국 유타주에서는 농장에서 탈출해 야생 동물이 된 밍크에서 과거 코로나에 감염됐음을 보여주는 항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덴마크 정부는 백신이 듣지 않는 변이 바이러스가 밍크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자국에서 키우는 1700만 마리의 밍크를 모두 살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사람 접촉 많은 애완동물, 가축이 더 위험
사람과 같이 사는 개와 고양이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프랑스 국립지속가능개발연구소의 에릭 르로이 박사 연구진은 지난 18일 바이오아카이브에 개와 고양이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심장병에 걸렸다는 결과를 올렸다.
연구진은 영국 런던의 한 동물병원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반려동물 심근염 발병률이 1.4%에서 12.8%로 급증했음을 확인했다. 이 시기는 영국에서 B.1.1.7 변이 바이러스가 급증했던 때와 일치한다. 올 1~2월 심근염이 나타났거나 회복된 개와 고양이 11마리를 검사했더니 3마리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판정을 받았다. 다른 3마리는 혈액에서 항체가 발견돼 이전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텍사스 A&M대 연구진도 지난 15일 텍사스주 브라조스 카운티의 한 집에서 온 고양이와 개에서 B.1.1.7 변이바이러스를 확인하기도 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의 티모시 시아한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사람과 직접 접촉이 드문 쥐보다는 사람과 친밀한 관계인 농장 가축이나 애완동물을 통한 감염이 더 우려된다”며 “움직이는 표적과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빠른 변화를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