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을 대신해 시각장애인의 눈이 돼줄 로봇이 등장했다. 상용화되면 안내견처럼 장애물을 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비게이션 앱을 이용해 원하는 장소까지 장애인을 인도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의 코우실 스리나스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26일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시각장애인에게 길을 안내하는 네 발 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레이저 반사파로 거리, 장애물 파악
스리나스 교수 연구진은 매사추세츠공대(MIT) 김상배 교수가 제공한 네 발 로봇 ‘미니 치타’를 안내견으로 개발했다. 김 교수는 네이버랩의 기술고문을 맡고 있어 로봇 안내견에 네이버 로고가 붙었다. 김 교수는 네이버와 미니 치타 상용화 연구를 하고 있다.
로봇 안내견은 자율주행차처럼 레이저 반사파로 장애물과 거리를 알아내는 라이다 장치를 갖췄다. 또 시각장애인을 바라보는 카메라도 장착해 사람이 로봇의 안내에 맞춰 잘 따라오는지 파악할 수 있다. 장애인이 잡은 목줄에는 힘 센서가 있어 로봇과 사람의 간격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진은 사무실 안에 박스로 담을 쌓아 두 번 방향이 바뀌는 좁은 길을 만들었다. 사람과 로봇 사이 거리가 1.6m인데 좁은 곳은 폭이 1m에 불과했다.
로봇 안내견은 라이다로 거리와 장애물을 파악한 다음 내장 컴퓨터로 가상의 지도를 만들었다. 처음 출발할 때는 목줄을 팽팽히 당겨 안대로 눈을 가린 사람이 빠르게 따라오도록 했다. 직선 코스에서 모퉁이로 접어들면 로봇개가 속도를 늦춰 목줄이 느슨해졌다. 이러면 사람이 좁은 길에 접어들었다고 인지하고 역시 속도를 늦추고 안전하게 좁은 길을 통과했다.
◇훈련 없이 SW만 넣으면 바로 작동
연구진은 로봇 안내견을 상용화하려면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전망은 밝다. UC버클리 박사과정의 종규 리 연구원은 영국 과학매체 뉴사이언티스트에 “로봇개는 실제 안내견처럼 돈이 많이 드는 훈련이 필요없다”며 “안내 소프트웨어만 컴퓨터에 넣고 계속 업데이트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안내견은 장애인이 위험한 곳으로 가지 않도록 안내하는 역할만 하지만 로봇 안내견은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지정된 장소까지 사람을 데려갈 수도 있다.
물론 장애인과 안내견 사이의 유대감은 이전만 못할 수 있다. 영국 안내견 자선재단의 한 관계자는 로봇 안내견에 대해 “장애인은 안내견을 동반자이자 가족의 일원으로 여긴다”며 “길을 안전하게 가는 것 못지 않게 이런 깊은 유대감이 독특한 관계를 만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