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헬리콥터가 첫 비행을 하는 순간 지면에서 먼지가 일어나는 모습이 새로 공개됐다. 화성에서도 지구처럼 헬기가 이·착륙할 때 먼지 바람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초소형 무인(無人) 헬리콥터인 ‘인저뉴어티(Ingenuity, 독창성)’의 비행 시험 영상을 새로 공개했다. 앞서 인저뉴어티는 지난 19일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각, 화성 시간 오후 12시 30분) 화성에서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이번 영상은 19일 공개된 영상과 마찬가지로 바로 옆에 있던 탐사 로버인 퍼서비어런스가 주 카메라인 마스트캠-Z로 촬영한 모습이다. 차이는 모션 필터이다. 왼쪽 흑백 영상을 보면 이·착륙 때 지면에서 발생하는 먼지 바람을 잘 보여준다. 나사는 이 영상이 장차 더 큰 화성 헬기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화성의 라이트형제 비행장
나사는 인저튜어티가 첫 비행에 성공한 곳을 ‘라이트 형제 비행장’이라고 명명했다. 1세기 전인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단 12초의 첫 동력 비행으로 인류 역사를 바꾼 것처럼, 이번 화성 비행이 지구가 아닌 곳에서 처음으로 인류가 만든 동력 비행체가 하늘을 나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나사는 화성 비행 성공 기원을 담아 라이트 형제가 첫 비행을 한 플라이어 1호기에서 우표만 한 크기의 천 조각을 떼서 인저뉴어티에 부착했다.
나사는 첫 비행이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인저뉴어티는 지면에서 사뿐히 이륙했으며, 고도를 높일 때 바람에 약간 말렸지만 안정된 자세를 유지했다. 착륙도 약간의 반동이 있었지만 문제가 없었다. 인저뉴어티는 화성 대기로 비행하면서 발 아래 사진을 초당 30장씩 찍었다.
헬기는 날개 주변으로 공기가 빠르게 흘러가야 공중으로 기체를 띄우는 양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화성 대기는 지구의 1%에 불과해 그런 힘을 만들지 못한다. 나사 과학자들은 날개의 회전 속도를 높여 희박한 공기의 한계를 극복했다. 인저뉴어티는 날개 두 개를 반대 방향으로 1분에 2500번씩 회전할 수 있다. 이는 지구의 헬리콥터보다 5~6배나 빠른 속도이다.
◇한 달 동안 극한의 비행 시험
나사는 앞으로 한 달 동안 다양한 비행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첫 비행은 3m 상공까지 올라갔다가 그냥 내려왔지만, 다음에는 상승 후 수평 이동, 장거리 비행, 다른 비행장 착륙 등 다양한 비행이 준비돼 있다.
나사의 인저뉴어티 책임자인 미미 아웅 박사는 “6년 개발 끝에 인저뉴어티의 첫 비행 모습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며 “헬기는 지상에서 본 대로 작동했지만 미처 예상치 못한 점을 알기 위해 헬기를 바람과 속도에 맞서 한계까지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웅 박사는 “인저뉴어티는 마지막 시험 비행에서 자신의 한계에 도달해 화성 지면과 충돌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