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보조하는 수단들이 있다. 귀에 삽입하는 인공 와우(달팽이관)나 시각장애인을 돕는 안내견이 대표적이다. 과학자들이 장애인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해줄 신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손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아바타와 안내견을 대신할 로봇, 소리를 귀뿐 아니라 손가락 감촉으로도 느낄 수 있는 기술까지 등장했다. IT(정보기술)와 인공지능(AI)의 발달 덕분에 장애인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첨단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표정 22종 아바타가 수어로 표현
코로나 사태로 의료 기관의 방역 관리 절차와 출입 절차가 복잡해졌다. 디지털 정보에 취약한 장애인들은 병원 접근성이 더 열악한 상황이다. 한국농아인협회는 “병원에 갈 때마다 제대로 된 문진표 작성 안내가 없어 많이 불편했다”고 했다. 이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手語) 아바타를 개발했다.
ETRI는 지난 20일부터 충남대학교병원 출입문 키오스크에 코로나 방역관리 절차를 안내하는 아바타 수어 서비스를 제공했다. 수어를 하는 캐릭터로 방역 관련 문진 과정과 확인 사항을 쉽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가상 캐릭터에 입술을 당기는 모습, 얼굴을 좌우로 기울이는 모습 등 얼굴 표정 22종으로 수어를 구현했다. 연구진은 병원 출입뿐 아니라 진료 과정이나 공공시설 민원 안내, 온라인 학습 시스템 등 생활 정보와 의사소통에도 아바타 수어를 적용할 계획이다.
단순히 안내를 돕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ETRI는 “주위 소리와 자신 목소리의 음높이를 분석해 촉각 패턴으로 변환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청각장애인은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면 신경에 전기자극을 줘 일상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의사소통에 필요한 소리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정도이며 음의 높낮이를 구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청각이 아닌 촉각 신경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술이다. 소리의 주파수를 촉각 패턴으로 만들어 착용자의 피부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36개의 음계를 촉각 패턴으로 표현해 손 부위별 진동 위치에 따라 음의 높낮이를 파악할 수 있다. 인공와우 사용자들은 훈련을 통해 음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약 3배 향상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안내견 대체할 로봇·AI 기술들
해외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신기술이 잇따라 등장했다. 미국 UC버클리 연구진은 지난달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시각장애인에게 길을 안내하는 네 발 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로봇 안내견은 레이저 반사파로 장애물을 파악하며 이동한다. 사용자를 향한 카메라를 통해 시각 장애인이 로봇의 안내에 따라 잘 걷는지 확인할 수 있다. 목줄에는 힘 센서가 있어 로봇과 사람의 간격을 파악할 수 있다. 로봇 안내견은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장애물을 피하는 것은 물론 지정된 장소까지 사람을 데려갈 수 있다. 또한 동물인 개는 훈련을 해야 하지만, 로봇 개는 안내 소프트웨어만 컴퓨터에 넣고 계속 업데이트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조지아대 연구진은 “AI를 사용해 시각장애인에게 주변 정보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지난달 밝혔다. UC버클리는 개 모양의 로봇이라면 조지아대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은 배낭 형태이다.
조끼와 허리에 매는 가방에는 AI 카메라가 탑재돼 장애물을 찍어 분석한다. AI는 도로 표지판을 읽고 벤치나 화분 등 장애물을 보면서 사용자에게 경보를 준다. 사용자는 주변 환경 정보를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가 나오면 이를 알리고, 도로에 튀어나온 나뭇가지도 ‘위’라고 경고한다. 또한 GPS를 통해서 사무실이나 집 주소, 현재 위치를 시스템에 저장하고 문자로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