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만 년 전 인류가 거주한 본데르베르크 동굴. 현지어로 기적의 동굴이란 뜻이다./Michael Chazan

인류가 살았던 가장 오래된 거주지가 아프리카에서 발견됐다. 앞으로 인류의 진화와 이주 과정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공동 연구진은 지난 26일 국제 학술지 ‘제4기(Quaternary) 과학 리뷰’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칼라하리 사막에서 180만 년 전에 인류가 거주한 동굴을 찾았다”고 밝혔다.

◇초기 석기 문화 보여주는 유물 발견돼

140m 길이의 이 동굴은 남아공에서 쓰이는 네덜란드어로 ‘본데르베르크(Wonderwerk) 동굴’로 불린다. ‘기적의 동굴’이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동굴 바닥을 이루는 2.5미터 두께의 퇴적층에서 인류가 사용한 다양한 석기와 불을 피운 흔적, 동물의 유골 등을 발굴했다.

예루살렘 히브리대의 론 샤아르 교수가 180만 년 전 인류 최고의 거주지인 본데르베르크 동굴을 조사하고 있다./Michael Chazan

히브리대의 론 샤아르 교수는 “인류의 조상이 180만 년 전 이 동굴에서 올도완 석기를 만들었다고 확신한다”며 “열린 공간이 아니라 동굴에서 석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아주 독특한 올도완 유적지”고 말했다.

올도완 석기는 큰 돌의 가장자리를 다른 돌로 내리쳐 박편(薄片)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큰 돌에 날을 낸 인류 최초의 석기 문화다. 260만 년 전 아프리카 동부에서 시작돼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2만 년 전까지 이어졌다.

◇지자기와 방사성 동위원소로 연대 확인

연대 측정은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졌다. 먼저 동굴 바닥에 쌓인 진흙 입자의 자기장을 분석했다. 진흙 입자는 동굴에 쌓일 당시의 지구 자기장 방향을 보존하고 있다. 샤아르 교수는 “분석 결과 일부 입자에서는 자기장이 오늘날처럼 북쪽이 아니라 남쪽을 향하고 있었다”며 “지구 자기 역전 현상이 일어난 시기는 이미 알려져 있으므로, 동굴 바닥의 연대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지구 자기 역전은 지구 자기의 방향이 바뀌는 일이다. 현재의 지구 자기에서는 자침의 N극은 거의 북쪽을 가리키지만, 과거에는 반대로 남쪽을 가리켰던 시기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사실이 암석의 잔류 자기(자기 화석)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칼리하리 사막에 있는 본데르베르크 동굴에서 나온 100만 년 전 아슐리안 손도끼./Michael Chazan

두 번째 증거는 모래에 있는 석영 입자이다. 연구진은 석영에 포함된 방사성 동위원소가 시간이 지나면서 방사능을 내고 다른 동위원소로 변한 비율을 분석해 연대를 추정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100만 년 전에 날카로운 박편이나 찍개 같은 올도완 석기가 초기의 손도끼로 발전한 것도 확인했다.

또한 인류의 조상이 100만 년 전부터 동굴에서 불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동굴이라는 환경은 불의 흔적이 열린 공간에서 일어난 자연 발화의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마이클 샤잔 토론토대 교수는 “본데르베르크 동굴의 발견은 아프라카 대륙에서 인류의 진화 속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동굴의 연대가 확실하게 규명되면서 인류 진화와 기후 변화 사이의 연관 관계를 계속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아스라엘, 캐나다 공동 연구진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칼리하리 사막에 있는 180만 년 전 인류 최고의 거주지인 본데르베르크 동굴 벽면을 조사하고 있다./Michael Chaz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