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연구 수준이라면 RNA 백신은 지금도 만들 수 있습니다. 생산과 임상 적용은 다른 문제입니다. 코로나 대유행이 반복된다고 예상하면 지금부터 국내에서 생산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빛내리(52)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는 23일 같은 과 장혜식(41) 교수와 함께 ‘제4회 라이나50+ 어워즈’ 대상과 상금 2억원을 받았다. 라이나생명은 50대 이상 세대가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게 한 인물과 단체를 이 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RNA 정보를 모두 분석해 코로나19 진단과 백신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 교수는 세계적인 RNA 연구자이다. RNA는 생명체가 단백질을 합성하기 위해 DNA 유전정보를 그대로 복사한 유전물질이다. 그런데 일부 길이가 짧은 RNA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김 교수는 이 마이크로 RNA의 생성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공교롭게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유전정보가 RNA에 담겨있다.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RNA로 백신을 개발했다. RNA 백신은 부작용이 없고 효능이 높아 전 세계가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 교수는 “지금 RNA 백신을 개발해도 임상시험을 거치려면 1년 이상 걸려 이번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하지만 다음 코로나에 대비한다면 기업들이 RNA 백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코로나 대유행 초기부터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참전했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고 이어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배양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바로 바이러스 확보에 나섰다. 장 교수는 “직접 차를 몰아 충북 오송의 질병관리본부에서 시료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장으로 바이러스의 RNA를 분석할 연구 기반을 구축한 상태였다. 학부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다가 대학원에서 생명과학으로 방향을 튼 장 교수는 바이러스 유전정보를 디지털화해서 통상 6개월 걸리는 해독과정을 단 3주로 줄였다. 두 교수는 지난해 4월 생명과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셀’에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대유행은 과학자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기여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며 “그 결과로 서울대와 KAIST에서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인 바이러스 연구센터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두 과학자들이 내놓을 답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