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케냐의 동굴에서 발굴된 7만8000년 전 소년의 유골 가상 복원도. 아프리카 최초의 매장 유적으로 확인됐다./네이처

케냐에서 발견된 7만8000년 전 소년의 무덤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의 매장지로 기록됐다.

스페인 국립인류진화연구소의 마리아 마리티논-토레스 소장 연구진은 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아프리카 케냐의 팡가 야 사이디 동굴에서 발굴한 호모 사피엔스 유골이 7만8000년 전 소년이며, 공을 들여 땅에 묻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시신 매장 유적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12만 년 전의 매장 유적지가 발굴됐다.

아프리카 케냐의 동굴에서 발굴된 7만8000년 전 세 살 소년의 골격 일부(왼쪽)와 두개골 화석./네이처

◇다리 가슴에 모으고 웅덩이에 매장

독일 막스 플랑크 인류사과학연구소와 케냐 국립박물관 연구진은 지난 2010년 팡가 야 사이디 동굴 유적지를 발굴했다. 이후 스페인 연구진이 발굴지에서 나온 유골을 분석해 그 주인공이 7만8000년 전 소년임을 확인했다.

유골 화석은 아프리카 현지 스와힐리어로 ‘소년’을 뜻하는 ‘음토토’로 명명됐다. 치아 분석 결과 사망 당시 생후 2년 반에서 3년 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턱뼈에서 아직 나지 않은 치아도 그대로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7만8000년 전 소년의 유골을 컴퓨터로 복원한 모습. 다리를 가슴에 모으고 매장된 모습이다./네이처

동굴의 유골은 2013년부터 발굴돼 2017년까지 나왔다. 유골은 동굴 바닥 3미터 아래 원형 구덩이에 몸을 오른쪽으로 눕히고 다리를 가슴까지 모은 형태였다. 모든 뼈가 생전 당시와 같이 연결돼 있고 흉곽도 확인 가능했다.

연구진은 유골이 온전히 남은 것은 소년이 죽자마자 빨리 구덩이에 매장돼 잘 분해됐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두개골이 몸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아 매장 당시 썩기 쉬운 잎으로 만든 베개 같은 받침대로 머리를 받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역시 일종의 장례 의식으로 해석됐다.

7만8000년 전 생후 두 살 반에서 세 살된 소년이 수의에 덮인 채 매장되는 모습의 상상도./네이처

마리티논-토레스 교수는 “소년의 시신은 나뭇잎이나 동물 가죽으로 만든 수의로 감쌌을 것”이라며 “집단이 소년에 대해 세심하고 의도적으로 진정한 감정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유라시에선 12만년 전 무덤도 나와

아프리카는 인류의 요람으로 불리지만 매장 유적지는 흔치 않다. 도구나 거주지는 발견됐지만 매장지는 인류 진화사의 잃어버린 부분이었다.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루이스 험프리 박사는 이날 네이처 논평 논문에서 “이번 유적지 다음으로 오래된 아프리카 무덤은 7만4000년 전의 것”이라며 “흥미롭게도 그 무덤의 주인도 어린 아이”라고 밝혔다.

반면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이주한 유럽에서는 12만년 전까지 매장 유적이 나왔다. 멸종한 인류의 사촌인 네안테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의 유적들이다. 연구진은 이번 유적은 중석기시대(28만년 전에서 2만5000년 전)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의 매장 행동이 달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아직 연구가 덜 돼 아프리카에서도 오래된 매장 유적지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험프리 박사도 이전에 가장 오래된 아프리카 매장 유적도 50년 전에 제대로 발굴되지 않아 아는 바가 적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케냐의 팡가 야 사이디 동굴. 7만8000년 전 소년의 매장 유적이 나왔다./네이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