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새로운 인류의 거주지를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머스크가 창업한 민간 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X는 5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 발사 기지에서 화성 이주용 우주선인 ‘스타십’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앞서 네 차례 시험 비행에선 우주선이 모두 폭발했지만, 4전5기 만에 성공한 것이다. 머스크는 스타십 착륙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스타십이 착륙했다”고 썼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화성 이주 계획이 과장됐다고 비판하지만 (그는)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면서 “머스크는 오는 7월 스타십의 다음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미 CNBC는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가 자신이 설립한 우주기업 블루오리진 투자를 위해 최근 6개월간 10조원에 이르는 아마존 주식을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오는 6월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를 자리에서 물러날 그가 막대한 자금을 쥐고 머스크 추격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였다. 블루오리진은 이날 “오는 7월 처음으로 민간인을 태운 우주 관광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억만장자들의 치열한 우주 개발 경쟁 덕분에 누구나 우주에 갈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4전5기 끝 시험 비행 성공
머스크는 2019년 처음으로 스타십을 공개했다. 스타십은 높이가 120m에 이르는 로켓으로 사람 100명과 화물 100톤을 싣고 달 기지와 화성을 오가는 것이 목표다. 머스크는 “2024년 첫 유인 화성 탐사선을 발사한 뒤, 2050년까지 수만명이 사는 화성 거주지를 건설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이번에 발사한 스타십은 실제의 절반 정도 크기인 시험 모델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모두 4차례 비행을 시도했지만 착륙 과정에서 우주선이 매번 폭발했다. 스타십은 기존 로켓이 낙하산을 이용해 착륙하는 것과 달리, 로켓을 역분사해 발사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똑바로 선 채 착륙하는데 기술 개발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5일 발사한 로켓은 발사 과정에서 일부 불길이 일었지만 10㎞ 상공까지 올라간 뒤 무사히 착륙했다.
이번 성공으로 머스크의 우주 개발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스타십은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달 착륙선으로 선정됐다. 또 2023년에는 민간인 10여 명이 스타십을 타고 달궤도를 도는 우주 관광에 나설 예정이다. 일본 온라인 쇼핑몰 조조 창업자인 마에자와 유사쿠가 티켓을 모두 구매해 함께 달에 갈 사람을 찾고 있다.
◇7월 첫 민간인 우주관광객
제프 베이조스도 막대한 투자를 하며 머스크 추격에 나섰다. 베이조스는 투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11월 아마존 주식 30억달러(3조3800억원)어치를 매각한 데 이어 올해 2월 41억달러(4조6100억원), 이달 20억달러(2조2500억원) 등 반년간 10조원에 이르는 주식을 매각했다. 그는 오는 6월 아마존 CEO 자리에서 물러나 블루오리진에 전념할 계획이다.
블루오리진은 오는 7월 20일 민간 우주 관광객을 자사의 ‘뉴셰퍼드’ 로켓에 태워 우주로 보낼 계획이다. 7월 20일은 1969년 아폴로 11호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 날이다. 5주간 온라인 경매를 통해 1석을 민간 우주 관광객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우주 업계에서는 티켓 1장 가격이 최소 20만달러(2억2500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티켓 구매자는 6인승 우주선 뉴셰퍼드를 타고 지상 100㎞까지 올라갔다가 10분간 무중력 체험을 하고 내려오게 된다.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이끄는 버진갤럭틱 역시 내년 초 민간인을 대상으로 우주 관광을 시작할 계획이다. 버진갤럭틱은 이미 600여 명에게 20만~25만달러를 받고 우주 관광 티켓을 판매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