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하루에 흘리는 땀의 양은 500~700mL 정도다. 대부분 물이지만 그 속에는 인체의 중요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양이 너무 적어 얼마나 민감하게 포착하는 것이 관건이다. 국내외 과학자들이 땀에 담긴 정보를 포착해 건강관리에 활용하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기기에 적용하면 당뇨병 같은 질병뿐 아니라 스트레스도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마약 같은 약물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땀 흐르는 속도로 건강 상태 파악

땀은 체온 조절을 위해서 몸에서 분비되는 액체다. 99%가 물이고 나트륨, 칼륨, 요소, 젖산 등이 일부 포함돼 있다. 땀 속 성분은 극미량이지만 분석하기만 하면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주사를 통해 채취하는 혈액과 달리 땀은 피부에서 손쉽게 채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피부에 붙이는 웨어러블 기기로도 충분히 건강관리가 가능한 것이다.

카이스트(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권경하 교수팀은 “땀의 배출 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무선 전자 패치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김종욱 박사과정 연구원과 공동으로 한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지난 3월 실렸다.

땀이 흐르는 속도와 총량은 체내 수분 상태와 체온 조절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건강 지표다. 연구진은 가는 통로를 통과하는 땀이 저전력 열원과 열을 교환하는 방식의 패치를 제작했다. 땀의 유속이 증가할수록 열원의 상·하류 온도 차이가 증가하는 원리다. 이를 이용해 땀의 배출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땀에 들어있는 염화물과 포도당, 유기산인 크레아틴의 농도와 수소이온지수(pH)도 동시에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권 교수는 “웨어러블 패치로 측정한 데이터는 블루투스 통신이 가능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며 “운동 후 탈수 증세를 감지해 수분을 보충토록 하는 등 건강관리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호르몬·마약도 검출

스트레스도 땀으로 측정할 수 있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EPFL) 연구진은 “땀 속의 코르티솔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센서를 개발했다”고 지난 2월 밝혔다.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신진대사와 혈당, 혈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체 내 코르티솔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면 우울증, 체중 증가 등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앓게 된다. 코르티솔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지만 땀 속 농도가 낮아 정량화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탄소 원자가 벌집처럼 연결된 판형 물질인 그래핀으로 센서를 만들었다. 센서에 전기를 흘리면 코르티솔이 결합하고 전류가 바뀐다. 이를 통해 호르몬 농도를 민감하게 측정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하면 온종일 사용자의 스트레스 수준을 모니터링 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한다.

땀 속 성분을 검출하는 기술은 약물 검출에도 적용된다. 한국재료연구원 정호상 박사팀은 “땀 속 금지 약물을 검출할 수 있는 웨어러블 센서를 개발했다”라고 지난 1월 국제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앤드 인터페이시즈’에 발표했다.

기존에는 모발이나 혈액, 소변 등에서 마약 성분을 추출했다. 이 방식은 검사 기간이 길고 실험실 단위의 큰 장비가 필요했다. 시료 바꿔치기를 막기 위해 검사자가 선수의 배뇨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연구진은 빛을 이용해 약물 복용 여부를 민감하게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센서를 몸에 붙이고 있다가 검사가 필요한 시점에 빛을 비추면 1분 이내 약물 성분을 구별할 수 있다. 정호상 박사는 “불법 마약 복용 여부를 포착하거나 경기 시즌에 운동선수들의 도핑테스트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