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걸려 후각을 잃었다는 사람이 많다. 이로 인해 후각 검사로 무증상 코로나 감염자를 찾아내기도 한다. 과학자들이 냄새를 맡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후각 보조 센서를 개발했다. 코에 약한 전류를 흘려 냄새가 나는 곳을 뇌가 인식하도록 도와주는 원리이다.
미국 시카고대의 페드로 로페즈 교수 연구진은 지난 13일 온라인에서 개최된 ‘인간 컴퓨터 상호작용 학회(CHI)’에 “코에 끼우면 냄새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알려주는 웨어러블(wearable· 착용형) 무선 센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후각 보조 센서는 껌처럼 얇은 띠 모양을 띠고 있다. 양 끝을 접어 코에서 두 콧구멍을 나누는 벽인 중비격에 끼우면 자석이 서로 달라붙어 고정된다. 센서에는 전기 자극을 주는 전극이 달려 있으며, 블루투스로 외부 장치와 무선 통신이 가능하다.
◇온도 감지하는 얼굴의 후각신경 이용
귀는 얼굴 양쪽에 있어 가만히 있어도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코는 다르다. 콧구멍이 두 개라고 해서 냄새가 나는 방향을 감지하지 못한다. 사람은 얼굴을 움직이며 코로 냄새를 맡아야 방향을 감지한다.
연구진은 후각 센서로 중비격에 전기 자극을 줘 가만히 있어도 뇌가 냄새의 방향을 감지하도록 유도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후각 보조 센서가 주는 전기 자극이 고추냉이나 식초 냄새와 유사한 느낌을 줬다고 밝혔다. 차이가 있다면 냄새가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바로 감지했다는 점이다.
후각은 후각망울이 대부분 담당한다. 하지만 후각망울은 코 위쪽, 안구의 뒤에 있어 센서를 삽입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대신 얼굴 전체와 콧구멍에도 퍼져 있는 또 다른 후각 신경망인 삼차신경을 자극했다.
삼차신경은 통각과 온도 감각을 뇌에 전달한다. 민트 초콜릿의 시원한 맛이나 고추의 매운 맛, 식초의 신랄한 맛은 삼차신경이 맡는다. 후각 센서가 삼차신경을 자극해 맵고 신랄한 냄새를 느낀 것이다.
◇전기 파동 형태로 방향·강도 전달
연구진은 처음에는 왼쪽에서 냄새가 나면 왼쪽 콧구멍에 전기 자극을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구를 하면서 전기 자극의 파동을 통해 냄새의 방향과 강도를 전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테면 파동의 상하 높이는 강도를 표현하고 좌우 형태는 방향을 제시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냄새가 어디에서 나는지, 어느 정도 세기인지 감지할 수 있다.
후각 보조 센서는 먼저 코로나 감염자처럼 일시적으로 후각을 잃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일시적인 후각 상실은 대부분 후각망울이 손상돼서 일어나고 삼차신경은 아직 온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센서가 삼차신경을 자극하면 다시 냄새가 나는 곳을 감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후각 보조 센서를 이용해 사람이 감지하지 못하던 화학물질도 냄새로 인식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를 테면 냄새가 없는 유독가스를 다른 센서가 감지하고 이 정보를 무선으로 후각 보조 센서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후각 보조 센서가 특정한 형태의 전기 자극을 줘 위험 신호를 줄 수 있다.
동시에 여러 냄새가 나는 상황도 감지가 가능하다. 토스터기의 식빵이 타는 냄새를 맡으면 같은 시간에 부엌에서 가스가 새고 있는 냄새는 맡지 못한다. 하지만 후각 보조 센서는 부엌의 가스 센서가 감지한 신호를 전달받아 역시 코에 가스 냄새를 전달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