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세 번째로 깊은 해구로 알려진 필리핀 해구에 사상 처음으로 인류가 들어갔다. 수심 1만m가 넘는 해연(海淵)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 /유튜브

지구에서 세 번째로 깊은 해구로 알려진 필리핀 해구에 사상 처음으로 인류가 들어갔다. 그런데 수심 1만m가 넘는 해연(海淵)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

필리핀국립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 미생물해양학자 데오 플로렌스 온다(33) 박사(왼쪽)와 해저탐험가이자 퇴역 미 해군 장교 빅터 베스코보(55)./유튜브

민간해저기술업체 캘러던 오셔닉은 유튜브를 통해 지난 3월 필리핀 해구의 엠덴 해연 탐사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탐사는 필리핀국립대 해양과학연구소 미생물해양학자 데오 플로렌스 온다(33) 박사와 해저탐험가이자 퇴역한 미 해군 장교 빅터 베스코보(55)와 함께 진행됐다.

이번 탐사는 필리핀국립대 해양과학연구소 미생물해양학자 데오 플로렌스 온다(33) 박사와 해저탐험가이자 퇴역한 미 해군 장교 빅터 베스코보(55)가 심해잠수정 ‘리미팅 팩터’를 타고 약 수심 1만 540m에 달하는 엠덴 해연 속으로 내려갔다./트위터

CNA 등 외신에 따르면 온다 박사와 베스코보는 탐사 당시 12시간 동안 심해잠수정 ‘리미팅 팩터’를 타고 약 수심 1만 540m에 달하는 엠덴 해연 속으로 내려갔다. 1951년 덴마크 선박 갈라테아호가 이곳을 처음으로 탐사했지만 해연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이 탐사가 처음이다.

이 때문에 엠덴 해연은 생물학자나 지질학자, 해양학자들이 새로운 발견을 기대하는 장소이자 관심의 대상이다. 온다 박사 역시 탐사 전 “교수인 내가 가르치는 것은 대부분 서양학자들이 만든 것”이라며 “책에서만 보던 걸 직접 보게 되는 것은 동화 같은 일”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류 최초로 필리핀 해구의 엠덴 해연에 들어간 탐사대가 심해에서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였다./트위터

하지만 인류 최초의 엠덴 해연 탐사대가 심해에서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온다 박사는 “심해에 흰 물체가 둥둥 떠다녔다. 그걸 보고 베스코보에게 ‘저건 해파리’라고 말했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플라스틱이었다”고 밝혔다.

온다 박사는 엠덴 해연의 바닥에서 비닐봉지, 제품 포장지를 포함해 셔츠, 바지, 곰인형 등 수많은 쓰레기가 분해되지 않은 채 떠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마치 그것들이 수퍼마켓에서 온 것 같았다”고 했다. 외신에 따르면 햇빛과 산소가 부족한 해저와 같은 환경에서는 사실상 플라스틱과 같은 물질은 분해되지 않는다고 한다.

온다 박사는 “인류 최초로 엠덴 해연을 탐사한 사람으로서 지구에 얼마나 심각한 오염이 진행되고 있는지 세계에 알릴 책임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심해 생물이 얼마나 다양한지 모른다. 심해 생물이 해양 생태계와 환경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기후변화에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지 못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이미 (쓰레기 투기로) 바다를 바꿔놓았고 그것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사실 깊은 해저에서 쓰레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 탐사도 함께한 온다 박사와 베스코보는 당시에도 심해 바닥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견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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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어떤 방식으로 해저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 외신은 해저에서 발견된 쓰레기는 바다에는 경계가 없다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온다 박사는 “바닷속 쓰레기들이 늘 한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해저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이제 내 책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