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의 다크호스로 불린 미국 노바백스의 단백질 백신이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90%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 노바백스 백신은 냉장 보관이 가능해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노바백스는 14일 “미국과 멕시코에서 2만99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재조합 나노입자 단백질 백신 NVX-CoV2373의 임상 3상 시험에서 90.4%의 코로나 예방 효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변이 바이러스도 93% 예방
임상 3상 시험은 미국 113곳과 멕시코 6곳에서 21일 간격으로 백신을 2회 접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 3분의 1은 가짜약을 맞았다. 1월 25일부터 4월 30일까지 참가자 중 77명이 코로나에 걸렸는데, 63명은 가짜약 투여군이었다.
백신 접종자 중 감염자 14명은 모두 경증 환자였다고 회사는 밝혔다. 지금까지 발생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8종에 대해서는 93.2%의 예방 효능을 보였다고 회사는 밝혔다.
과학계는 노바백스의 임상결과를 반겼다. 미국 UC샌프란시스코의 모니카 간디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이 백신은 정말 경이적”이라며 “임상 결과에 전율을 느꼈다”고 밝혔다.
간디 교수는 노바백스 임상시험은 참가자의 44%가 백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엄청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모든 곳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바백스는 3분기까지는 매달 1억회 접종분(도스)을 생산하고 4분기까지는 1억5000만 도스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단백질과 사포닌 결합
노바백스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로 만든 백신으로는 처음으로 3상에 진입했다. 지금까지 허가된 코로나 백신은 모두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이거나 이 유전자를 다른 무해한 바이러스에 집어넣은 형태다. 중국 백신은 독성을 없앤 바이러스 자체를 쓴다.
과학계는 노바백스 백신이 다른 백신보다 장점이 많다고 평가한다. 모더나와 화이자의 RNA 백신은 불안정한 유전물질로 만들어 제조가 까다롭지만, 노바백스 백신의 단백질은 세포 배양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또 RNA 백신은 영하 20~70도에서 냉동 보관하지만, 노바백스의 백신은 영상 2~8도에서 냉장 보관이 가능하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RNA를 감싼 지방 입자 때문에 알레르기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지만, 노바백스 백신은 그런 입자를 쓰지 않는다.
백신은 바이러스와 동·식물 합작품이다. 노바백스는 스파이크 유전자를 곤충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에 먼저 끼워 넣었다. 이 바이러스가 나방에게 감염되면 그 안에서 스파이크를 대량 합성한다. 노바백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정제하고 식물에서 추출한 사포닌을 면역증강제로 추가해 백신을 만들었다.
◇화이자 모더나와 동등한 효능
노바백스 백신의 90% 효능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95%, 94%보다는 낮다. 하지만 웨일 코넬 의대의 존 무어 교수는 사이언스에 “다른 회사보다 임상시험이 늦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치”라고 밝혔다. mRNA 방식의 코로나 백신은 변이 바이러스가 널리 퍼지기 전에 임상시험을 마쳤다.
노바백스는 지난해 1월 백신 개발에 들어가 미국 정부의 초고속 백신 개발 프로그램으로부터 16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생산시설 부족으로 북미 임상시험이 지난해 말까지 연기됐다. 무어 교수는 “노바백스 백신은 최소한 효능이 화이자와 모더나와 대등하다”고 말했다.
또한 노바백스 백신은 일반 냉장고 온도에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어 의료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가에서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식품의약국(FDA) 등 각국의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사항을 완수하는 대로 3분기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초기 생산 백신의 많은 물량이 중·저소득 국가들에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술이전을 받고 안동공장에서 노바백스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노바백스 백신 4000만 도스(2000만명 접종분)를 확보한 상태다. 이 가운데 최대 2000만 도스가 3분기까지 도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