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헬리콥터가 지구 밖의 천체에서도 비행이 가능함을 입증한 데 이어 기대하지 않았던 과학적 발견도 가져왔다. 비행 도중 발생한 먼지 구름이 화성의 대기를 연구할 새로운 수단이 된 것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16일(현지 시각) “과학자들이 무인 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어티(Ingenuity·독창성)’가 비행을 할 때 발생한 먼지 구름을 통해 화성의 대기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저뉴어티는 지난 2월 18일 이동형 탐사 로봇인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인내)의 배 밑에 붙어 화성에 도착했다. 무게 1.8㎏, 높이 49㎝에 회전 날개 두 개를 장착하고 있다. 4월 19일 화성에서 첫 시험 비행에 성공한 이래 지금까지 모두 7번 비행을 했다.
◇화성에 부는 모래폭풍 연구에 도움
헬기의 목적은 화성에서도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기술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인저뉴어티가 비행을 할 때 예상치 못한 먼지 구름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 헬기가 이착륙할 때는 지구에서처럼 먼지 구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헬기가 5m 높이까지 올라가 날아가는 중에도 회전 날개 아래에 먼지가 소용돌이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인저뉴어티는 날개 두 개를 반대 방향으로 1분에 2500번씩 회전할 수 있다. 이는 지구의 헬리콥터보다 5~6배나 빠른 속도이다. 화성 대기가 지구의 1%에 불과해 기체를 띄우는 양력이 충분치 않다. 대신 날개의 회전 속도를 높여 희박한 공기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같은 원리로 대기가 희박하면 헬기는 물론 먼지도 공중으로 올라가 이동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인저뉴어티는 두 번째 비행까지는 3~5미터 상공으로 이륙만 하고 먼 거리를 비행하지 않았다. 이때는 먼지 구름이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3번째 비행에서 5m 높이로 이륙한 다음 북쪽으로 장거리 비행을 하자 먼지 구름이 확실하게 나타났다. 퍼서비어런스가 4월 30일 촬영한 네 번째 비행 영상에는 헬기가 이륙한 뒤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이륙한 곳으로 돌아올 때 엄청난 먼지 구름에 휩싸인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화성의 희박한 대기도 쉽게 먼지를 공중으로 끌어올려 이동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화성에는 종종 토네이도처럼 회오리바람이 발생한다. 보통 햇빛에 지면이 달궈진 오후에 바람이 불 때 먼지폭풍이 관측된다. 먼지폭풍은 높이가 수십㎞에 이르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인저뉴어티의 비행 도중 발생한 먼지 구름과 자연적인 회오리바람을 비교하면 화성의 대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애리조나 주립대의 짐 벨 교수는 네이처지에 “헬기를 통해 예상치 못한 대기 과학 실험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시 주립대의 브라이언 잭슨 교수는 “인저뉴어티가 비행 기술을 입증하는 목적만 가졌지만 다른 과학적 사실도 배울 수 있다면 금상첨화(icing on the cake)”라고 밝혔다.
◇로버는 생명체 흔적 찾는 탐사 시작
퍼서비어런스 로버는 이달 초부터 착륙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본격적인 임무를 시작했다. 로버의 임무는 착륙지인 예제로 충돌구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예제로 충돌구에는 과거 호수가 있었던 흔적이 발견됐다. 퍼서비어런스는 깨진 암석을 수집하거나 토양을 채취해 시료 채집통에 담는다. 이 시료는 나중에 화성에 도착할 다른 탐사선이 지구로 가져올 예정이다.
인저뉴어티는 앞으로 퍼서비어런스를 따라다니며 2주마다 한번씩 비행 시험을 할 예정이다. 헬기는 지난달 22일 6번째 비행 도중 항법시스템 오류로 동체가 흔들리는 위험에 빠지기도 했지만 안전하게 착륙했다. 지난 8일 7번째 비행에서는 106m 거리를 문제없이 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