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금속 3D(입체) 프린팅 기술로 우주 발사체용 추진제 탱크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 세계적으로 3D 프린팅을 활용한 우주산업 개발이 활발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3D프린팅제조혁신센터 손용 박사팀은 금속 3D프린팅 기술로 우주 발사체용 추진제 탱크의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부품 무게는 27% 낮춰
생기원이 개발한 시제품은 금속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두 개의 탱크를 한데 합친 공통격벽(두 개의 구형이 위아래로 겹쳐진 형상) 형태로 구현해 냈다. 기존의 발사체용 추진제 탱크는 ‘산화제’와 ‘연료’ 탱크를 별도로 제작해 이어붙인 숫자 8의 형태다. 불필요한 여백이 생기고 부피도 커서 공간 효율성이 떨어졌다.
손 박사팀은 하나의 탱크 벽면 위에 또 다른 탱크를 바로 겹쳐 쌓아 올리는 제작 기법을 고안했다. 이는 소형발사체 상단 설계 시 공간 효율성은 12% 높이고, 부품 무게는 27% 낮춰 경량화에 크게 기여했다.
생기원 손용 박사는 “국외에서는 이미 다품종 소량생산의 맞춤형 항공우주부품 제작에 3D프린팅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점차 고성능 엔진, 대형 구조 부품 등으로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가운데 생기원과 항우연의 지속적 협력을 통해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항공우주 부품 개발과 제조산업의 혁신을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2026년 우주 3D프린팅 산업 7조원
최근 로켓 제작부터 우주정거장 유지·보수, 우주 식민지 건설, 식량 생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3D 프린팅 기술이 개발 중이다. 3D프린팅은 부품제작 비용과 시간을 줄이면서도 복잡한 형상 제작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2018년 13억5910만달러(약 1조5000억원)였던 항공우주 3D 프린팅 시장은 연평균 22%씩 성장해 2026년에는 67억4550만달러(약 7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렐러티비티 스페이스는 3개의 부품으로 엔진을 만들었다. 테슬라의 CEO(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도 로켓 ‘팰컨9’ 엔진 밸브를 3D 프린터로 제작해 몇 달이 걸릴 공정을 단 이틀로 줄였다. 주물 틀을 만들어 쇳물을 붓는 복잡한 과정을 단숨에 줄인 것이다. 뉴질랜드 우주기업 로켓랩은 탄소복합재로 고온·고압을 견디는 로켓 엔진을 개발해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3D 프린터만 있으면 우주에서도 원하는 부품을 언제든 만들 수 있다. 미국 우주 기업 메이드인스페이스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ISS에서 3D 프린터로 공구 렌치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세라믹을 잉크로 쓰는 3D 프린터를 ISS에 올려 보냈다.
더 나아가 3D 프린팅 기술은 우주 식민지 건설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인류가 다른 행성에 이주하더라도 현지에서 재료를 조달해 거주지를 건설할 기술이 필수적이다. 미국 우주 스타트업 아이콘은 달 먼지를 콘크리트와 같은 물질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의 3D 프린터는 단층 주택을 약 48시간, 비용은 1만달러(약 1100만원) 이하에 건설할 수 있다. 아이콘은 방사능과 극한의 온도를 견디는 우주 서식지 건설을 하는 것이 목표다. 또 다른 스타트업 AI 스페이스팩토리는 3일에 걸쳐 높이 약 4.57m의 집을 짓는 기술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