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가운데 검은 구명)이 중성자별(파란색)과 충돌하면서 중력파가 발생하는 모습의 상상도./호주 스윈번대

우주에서 가장 무거운 천체인 블랙홀이 그만큼 밀도가 높은 중성자별을 집어삼키는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다. 블랙홀과 중성자별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중력파(重力波)가 처음으로 감지된 것이다.

지금까지 블랙홀과 블랙홀이 충돌하거나 중성자별끼리 부딪히면서 발생한 중력파가 검출됐지만 블랙홀과 중성자별이 만든 중력파는 처음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고급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라이고) 연구단’과 유럽의 비르고(Virgo) 연구단, 일본 카미오카 중력파 검출(KAGRA·카그라) 프로젝트 공동 연구진은 29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지난해 1월 5일과 15일에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충돌로 발생한 중력파를 잇따라 검출했다”고 밝혔다.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충돌 과정의 시뮬레이션. 두 천체의 충돌로 발생한 중력파가 처음 검출됐다./텍사스대

◇10일 간격으로 중력파 잇따라 검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난해 1월 5일 중력파 GW200105를 검출하고 10일 뒤 GW200115도 검출했다. 먼저 검출된 중력파는 지구에서 9억 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곳에서 태양 질량의 8.9배인 블랙홀과 태양 질량 1.9배인 중성자별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1월 15일의 중력파는 1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 질량의 5.7배인 블랙홀이 태양 질량의 1.5배인 중성자별을 집어삼키면서 발생했다.

중성자별은 별의 마지막 단계인 초신성 폭발 후 남은 물질들이 엄청난 밀도로 수축된 상태다. 티스푼 하나로 뜬 질량이 10억㎏ 이상 나갈 정도로 무겁다. 별의 폭발 후 중심핵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전자와 양성자가 결합해 중성자가 주를 이룬다고 중성자별이란 이름이 붙었다.

중성자별이나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강한 블랙홀이 충돌하면 우주에 중력의 거대한 파동이 발생한다. 바로 중력파다. 아인슈타인은 1916년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천에 볼링공을 떨어뜨리면 움푹 꺼지는 것처럼 천체가 격렬하게 활동하면 주변 시공간이 뒤틀리고 중력파가 발생한다고 예견했다.

두 개의 블랙홀이 합쳐지는 상상도(왼쪽)와 아인슈타인. 블랙홀 충돌 과정에서 거대한 중력의 물결인 중력파가 발생한다. 아인슈타인은 1916년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 예견했다.

◇중력파의 남은 퍼즐 완성

라이고 연구단은 지난 2015년 9월 블랙홀들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중력파를 처음으로 검출해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실제로 확인했다. 연구단은 이 공로로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어 2017년에는 비르고 연구단이 중성자별끼리 충돌하면서 나온 중력파를 검출했다. 이번에는 블랙홀과 중성자별이 만들어낸 중력파까지 검출되면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완성된 셈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관측은 서로 공전하던 두 별에서 나온 블랙홀과 중성자별이 처음부터 쌍을 이루고 있거나 아니면 생애 마지막에서 만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영국 글래스고대의 세일라 로완 교수는 이날 BBC방송에 “지난 6년간 관측된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충돌들은 별의 진화에 대해 더 많이 알려줬다”며 “이번 관측은 우주에 무엇이 있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는 데 또 다른 새로운 사실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마야 피시바흐 교수는 “이번에 새로 관측한 중력파 데이터로 볼 때 세제곱 광년의 우주마다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합병이 블랙홀끼리 합쳐지는 것보다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누구나 고대하듯 라이고와 비르고가 블랙홀과 중성자별이 충돌하면서 나온 빛까지 감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과학자들은 블랙홀들이 충돌하면서 중력파와 함께 빛을 내는 현상을 포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