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제약사들이 토종 코로나 백신 개발에 뛰어들자 당시 정부 고위 관료들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작년 7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계획대로라면 내년 9월 국산 백신이 나오고 하반기에는 국산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해 12월 “독자 개발 중인 백신을 내년 말쯤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대감에 백신 개발사들의 주가는 치솟았다. 지난해 1월 2만원대였던 셀리드 주가는 현재 13만원대다. 2000원대였던 진원생명과학도 지금 5만원대에서 거래된다. 코로나 전후로 주가가 수 배에서 수십 배까지 오른 것이다.

1년이 흐른 지금 전문가들은 “국산 백신 개발을 완료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한다. 글로벌 백신이 보급되는 상황에서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이 어려운데 완주하기까지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해외에 수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임상3상에 6000억원 소요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와 제넥신,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 진원생명과학 등 국내 제약사 5곳에서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 1·2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최근 임상3상을 신청하며 가장 앞서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에 비하면 한참 뒤처져 있다.

앞으로 남은 개발 일정이 더 문제다. 개발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임상 참여자 모집이 꼽힌다. 국내에는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AZ)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백신이 보급되고 있다. 국산 백신 임상에 참여하면 이미 검증된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을 맞을 수 없다. 60대 이상 백신 접종률은 80%를 넘어서며 고령층 참여자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제넥신은 해외로 눈을 돌려 인도네시아에서 임상2·3상을 허가받았다.

임상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도 걸림돌이다. 업계에서는 임상 참여자 한 명당 드는 비용을 2000만원으로 보고 있다. 화이자·모더나는 3만명 규모의 임상 3상을 진행했다. 단순 계산을 하더라도 6000억원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임상 지원으로 책정한 예산은 지난해 490억원과 올해 687억원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도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있더라도 임상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서동철 중앙대 약대 교수는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비를 다 합쳐도 글로벌 대형 제약사 한 곳보다 못하다”고 했다.

◇국산백신 해외 수출 어려울 수도

이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비교임상이다.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코로나 감염 여부를 비교하는 기존 임상과 달리 백신 접종자의 혈액에서 기존 백신과 같은 면역반응이 일어나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임상 환자 수가 적어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400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비교임상을 하더라도 문제다. 아직 비교임상 효능을 비교할 국제적 표준이 확립되지 않아 국내에서 개발해도 해외에서는 인정받기 어렵다. 한 의료 전문가는 “국내 보건 당국이 허가를 내준다고 해도 미국·유럽 보건 당국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공인을 받지 못하면 해외 수출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제넥신도 비교임상으로는 해외에서 팔 수 없다고 판단해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선진국 시장에서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어렵고 국제 기구에서 지원받은 경우에나 제3세계에 백신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 업계에서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대규모 지원을 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 외에는 다른 기업들이 완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빌&멀린다게이츠 재단과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에서 약 2400억원을 받았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국산 백신의 선구매를 약속하는 등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있어야 국산 백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