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오늘 밤 첫 우주관광 비행에 나선다.
브랜슨 회장의 민간 우주 관광 기업 버진 갤럭틱은 11일 오전 10시 30분(한국 시각 오후 11시 30분) 미국 뉴멕시코에서 우주비행선 유니티 2가 브랜슨 회장을 포함해 6명을 태우고 네 번째 유인 비행을 한다고 밝혔다. 버진 갤럭틱은 당초 비행 시작 시간을 오후 9시(한국 시각)로 발표했다가 10시로 정정한 뒤 다시 90분 더 연기했다.
◇대형 항공기에 우주선 싣고 비행
모선(母船)인 대형 비행기 VMS이브는 이날 스페이스 포트 아메리카 발사장에서 브랜슨 회장을 포함해 4명의 탑승객과 두 명의 조종사가 탄 유니티2를 싣고 이륙할 예정이다. 유니티2 우주비행선은 15㎞ 상공에서 로켓 엔진을 분사하며 VMS이브에서 분리돼 고도 약 90㎞에 도달한 뒤 발사장으로 귀환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고도 80㎞ 이상을 오른 비행사에게 우주 비행사라고 인정하는 배지를 수여하고 있다. 비행 과정은 실시간 중계될 예정이다.
브랜슨 회장은 지난 2004년 버진 갤럭틱을 설립해 과학자와 우주관광객을 위해 우주궤도 아래까지 비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첫 비행 시기는 2009년으로 잡았지만 계획대로 진횅되지 못했다. 첫 우주비행선은 2014년 첫 시험비행에서 추락해 조종사 한명이 사망하고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후 시험 비행은 2016년까지 중단됐다.
버진 갤럭틱은 올해 다시 시험 비행에 나서 지난 5월 22일 첫 우주관광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당시 비행은 유니티의 세 번째 유인 우주비행이었지만, 버진 갤럭틱이 계획하고 있는 우주관광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처음이었다. 11일 비행은 처음으로 탑승 정원을 채우는 기록을 세운다.
◇디캐프리오 등 부호 600명, 우주관광 선구매
버진 갤럭틱은 지구 상공 90㎞까지 올라갔다가 약 4분 간 무중력을 체험하고 지구의 둥근 테두리까지 보고 돌아오는 우주여행을 추진하고 있다. 20만~25만 달러인 버진 갤럭틱의 우주 관광 티켓은 이미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비롯해 유명 가수와 부호 등 600명이 구매했다.
버진 갤럭틱이 11일 비행까지 성공하면 탑승객들로부터 돈을 버는 우주관광 비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첫 유료 우주관광은 이탈리아 공군이 무중력 우주실험을 위해 단체 예약했다.
브랜슨 회장이 이날 비행에 성공하면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이자 민간 우주기업인 블루 오리진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보다 먼저 민간 우주 관광객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베이조스는 7월 20일 6인승 뉴셰퍼드 로켓을 타고 지구 상공 100㎞까지 올라 무중력을 체험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와 우주관광 경쟁
전문가들은 버진 갤럭틱의 우주관광에 대해 아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니티 우주비행선이 가장 높이 올라간 고도는 90㎞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우주 경계선은 넘지만 국제항공연맹(FAI) 기준에 따르면 아직 우주로 들어서지 못한 것이다.
FAI는 고도 100㎞인 ‘카르만 라인’을 우주 경계로 보고 있다. 헝가리 수학자 시어도어 본 카르만은 지구의 대기가 옅어지면서 항공기가 날지 못하는 높이를 처음으로 계산해 우주의 기준으로 삼았다. 카르만 라인을 기준으로 하면 베이조스가 브랜슨보다 먼저 우주로 나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