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자신이 세운 민간 우주 기업의 우주선을 타고 직접 우주 관광 비행에 성공했다.
브랜슨 회장이 세운 미국 민간 우주 관광 기업 버진 갤럭틱은 11일 오전 10시 40분(한국 시각 오후 11시 40분) 뉴멕시코주에서 우주선 유니티가 브랜슨 회장을 포함해 6명을 태우고 이륙해 네 번째 유인 비행을 성공시켰다고 밝혔다.
브랜슨 회장이 이날 비행에 성공하면서 억만 장자들의 우주 전쟁에서 한 발 앞섰다. 민간 우주 관광업계의 경쟁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오는 20일 자신이 세운 블루 오리진의 6인승 뉴셰퍼드 로켓을 타고 우주 관광에 나설 예정이다.
◇대형 항공기에 우주선 싣고 비행
이날 버진 갤럭틱의 모선(母船)인 대형 비행기 이브는 뉴멕시코주의 스페이스 포트 아메리카 발사장에서 ‘1호 우주인'인 브랜슨 회장을 포함해 4명의 탑승객과 두 명의 조종사가 탄 유니티를 싣고 이륙했다.
유니티 우주선은 12일 0시 25분(한국 시각) 15㎞ 상공에서 이브에서 분리돼 로켓 엔진을 분사했다. 우주선은 고도 86㎞에 도달한 뒤 수분 동안 자유 낙하하며 탑승객들에게 우주의 무중력을 경험시키고 12일 0시 40분(한국 시각) 발사장으로 귀환했다.
브랜슨 회장은 “어릴 때부터 지금과 같은 순간을 꿈꿨다”며 “우주로 나가는 일은 상상한 것보다 더 마법과 같은 일이었다”고 밝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고도 80㎞ 이상을 오른 비행사에게 우주 비행사라고 인정하는 배지를 수여하고 있다. 비행 과정은 실시간 중계됐다.
브랜슨 회장은 지난 2004년 버진 갤럭틱을 설립해 과학자와 우주관광객을 위해 우주궤도 아래까지 비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첫 비행 시기는 2009년으로 잡았지만 계획대로 진횅되지 못했다. 첫 우주비행선은 2014년 첫 시험비행에서 추락해 조종사 한명이 사망하고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후 시험 비행은 2016년까지 중단됐다.
버진 갤럭틱은 올해 다시 시험 비행에 나서 지난 5월 22일 첫 우주 관광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당시 비행은 유니티의 세 번째 유인 우주비행이었지만, 버진 갤럭틱이 계획하고 있는 우주 관광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처음이었다. 11일 비행은 처음으로 탑승 정원을 채우는 기록을 세웠다.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와 우주관광 경쟁
버진 갤럭틱은 11일 비행 성공을 계기로 탑승객들로부터 돈을 버는 우주 관광 비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첫 유료 우주 관광은 이탈리아 공군이 무중력 우주실험을 위해 단체 예약했다.
버진 갤럭틱은 지구 상공 90㎞까지 올라갔다가 약 4분 간 무중력을 체험하고 지구의 둥근 테두리까지 보고 돌아오는 우주여행을 추진하고 있다. 25만 달러인 버진 갤럭틱의 우주 관광 티켓은 이미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비롯해 유명 가수와 부호 등 600명이 구매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버진 갤럭틱의 우주 관광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니티 우주선이 가장 높이 올라간 고도는 90㎞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우주 경계선은 넘었지만 국제항공연맹(FAI) 기준에 따르면 아직 우주로 들어서지 못한 것이다.
FAI는 고도 100㎞인 ‘카르만 라인’을 우주 경계로 보고 있다. 헝가리 수학자 시어도어 본 카르만은 지구의 대기가 옅어지면서 항공기가 날지 못하는 높이를 처음으로 계산해 우주의 기준으로 삼았다. 카르만 라인을 기준으로 하면 베이조스가 브랜슨보다 먼저 우주로 나가는 셈이다. 베이조스는 오는 20일 지구 상공 100㎞까지 올라가는 우주 관광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