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뇌로 침투하는 과정이 새로 밝혀졌다. 코로나 환자들은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다고 호소하는데 이번 연구는 이런 브레인 포그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creakjoints.org

코로나 바이러스가 뇌로 침투할 수 있도록 돕는 ‘트로이 목마’가 밝혀졌다. 연구가 발전하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는 뇌기능 장애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는 지난 16일 “의대 조셉 글리슨 교수 연구진이 줄기세포로 만든 미니 장기 실험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혈관을 통해 뇌로 침투하는 경로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실렸다.

◇코로나 바이러스, 혈관주위세포 통해 뇌로 침투

코로나 감염자들은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어지럽고 멍한 느낌이 지속된다고 호소한다. 이른바 ‘브레인 포그(brain fog)’ 증상이다. 코로나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도 계속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글리슨 교수는 “특히 코로나를 오래 앓는 사람은 뇌손상이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직 코로나로 인한 뇌 손상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뇌 신경세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직접 감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글리슨 교수 연구진은 그리스군이 목마 속에 숨어 트로이성 안으로 들어간 것처럼, 코로나 바이러스가 뇌로 침투하는 다른 경로가 있다고 봤다. 바로 혈관을 둘러싼 세포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뇌 오가노이드에 침투하는 과정. 바이러스는 뇌 혈관(녹색) 주변의 혈관주위세포(붉은색)에 먼저 감염돼 증식한 다음, 다른 뇌세포로 퍼졌다./UC샌디에이고

연구진은 줄기세포를 시험관에서 키워 뇌와 유사한 입체 구조로 만들었다. 이른바 ‘오가노이드(organoid)’로 흔히 ‘미니 장기’ 또는 ‘유사 장기’라고 한다. 연구진은 뇌 오가노이드에 혈관주위세포(pericyte)까지 추가했다. 이 세포는 이름 그대로 혈관을 감싼 세포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오가노이드에 투여하자 혈관주위세포에 감염됐다.

혈관주위세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새로운 생산기지가 됐다. 이곳에서 증식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후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성상세포(astrocyte)에 2차 감염됐다. 결국 신경세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직접 감염되지 않지만 주변 지원 세포들이 바이러스에 무너지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글리슨 교수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혈관을 통해 뇌로 침투해 다른 뇌세포로 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관주위세포는 혈관의 감염까지 일으켜 혈전과 뇌졸중, 뇌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모두 코로나 중증환자들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뇌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성상세포의 현미경 사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혈관주위세포에 감염돼 증식한 다음, 2차로 성상세포에 감염된다./네이처

◇브레인 포그의 퍼즐 잇따라 맞춰져

과학계는 코로나 감염자의 브레인 포그 증상을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처지는 지난 7일 코로나가 사람의 뇌를 손상시키는 과정을 규명한 연구 성과들을 집중 조명했다. 네이처는 “브레인 포그와 같은 신경학적 증상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는 토대가 갖춰지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UC샌프란시스코의 아놀드 크리그스틴 교수는 지난 1월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뇌 오가노이드 실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성상세포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브라질 캄피나스대 연구진은 지난 7일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 메드아카이브에 코로나 사망자의 뇌를 분석했더니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의 66%가 성상세포였다고 밝혔다.

뇌 세포 구조. 혈관(녹색)에 붙은 혈관주위세포(붉은색)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뇌로 침투하는 데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는 이후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성상세포(노란색)에 2차 감염된다. 이를 통해 신경세포(파란색) 기능이 약해져 뇌손상이 유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호주 태즈매니아대

코로나 바이러스가 뇌로 공급되는 혈류를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데이비드 애트웰 교수 연구팀은 지난 4월 바이오아카이브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혈관주위세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햄스터 실험 결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혈관주위세포 표면의 수용체 기능을 차단해 모세혈관이 수축됐다.

지금까지 연구는 이번 UC샌디에이고 연구 결과와 앞뒤가 맞는다. UC샌디에이고 연구진은 이번에 사람의 미니 뇌를 이용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혈관주위세포를 통해 성상세포로 감염되는 과정을 밝힌 것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뇌 오가노이드에 혈관까지 구현해 실제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