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메릴랜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 손이 닌텐도 비디오게임을 하는 모습. 최근 과학자들이 로봇 손을 사람처럼 정교한 동작이 가능하도록 발전시키고 있다. /미 메릴랜드대

로봇 손이 사람처럼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게임기를 작동하거나 물체를 조립하고 가위질을 할 정도로 기능이 향상됐다.

미국 메릴랜드대 기계공학과의 라이언 소콜 교수팀은 “부드러운 로봇 손으로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의 비디오게임 수퍼마리오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지난 1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 손은 전기로 제어하는 일반 로봇 손과는 작동 방식이 다르다. 모터 대신 물과 공기 같은 유체로 작동한다. 로봇 손에 유체를 이용하면 손가락마다 따로 이동 통로가 필요해 휴대성이나 유연성이 떨어졌다. 연구진은 3D 프린터로 로봇 손을 제어할 수 있는 단일 유체 이동 통로를 만들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유체가 들어가는 통로는 하나지만 압력에 따라 손가락이 다르게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낮은 압력을 주면 첫째 손가락만 움직인다. 이 손가락은 비디오게임에서 수퍼마리오가 앞으로 이동하는 것을 조작한다. 높은 압력을 가하면 다른 손가락이 움직여 수퍼마리오가 점프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 손은 손가락이 3개다. 로봇 손은 꺼짐, 저압, 중압, 고압 등을 오가면서 수퍼마리오 게임을 90초 이내에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소콜 교수는 “설계 파일을 자유롭게 공유해 누구나 부드러운 로봇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개발한 로봇 손을 재활 장치나 수술 도구 등 다른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지 계속 연구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로봇 손 연구가 한창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배지훈 박사팀은 사람처럼 손가락으로 물체를 조립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손가락 3개로 로봇 손을 제작해 상용 로봇 팔에 부착했다. 로봇은 불필요한 팔 동작은 최소화하면서 손가락 관절을 주로 움직여 물체를 조립한다.

특히 로봇에는 작업 위치와 상황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적용돼 오차가 있어도 자체 보정한다. 로봇은 현재 부품 간격이 0.1㎜ 수준에 불과한 조립 작업을 3초 내외로 수행할 수 있다. 가격이 개당 1000만원 정도 하는 오차 보정 센서가 필요 없어 제작 비용도 저렴하다.

한국기계연구원 도현민 박사팀이 개발한 로봇 손은 손가락 4개로 사람 손과 유사한 구조를 만들었다. 이 로봇 손은 가위질과 피아노 연주 등 세밀하고 정교한 작업뿐 아니라 계란을 깨지 않고 쥘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