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의료 탐지견이 코로나 감염자의 땀냄새를 가려내는 훈련을 받고 있다. 최근 개가 후각으로 코로나 감염자를 90% 이상 정확도로 탐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영국 의료 탐지견 재단

지난 1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브리스톨 카운티 보안관은 미국 경찰 최초로 코로나 탐지견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플로리다 국제대에서 훈련받은 개 두 마리가 학교나 요양원, 병원 등에서 뛰어난 후각으로 코로나 감염자를 찾아낼 예정이다. 플로리다 국제대는 사전 훈련에서 개들이 코로나 탐지에서 정확도 90%를 보였다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쟁에 개들도 참전하고 있다. 증상이 나타나지도 않은 코로나 감염자를 냄새만으로 가려내는 것이다. 핀란드, 레바논에서는 이미 국제공항에 코로나 탐지견이 실전 배치됐다. 과학자들은 대규모 인원 중 감염자를 탐지견이 1차 선별하고 유전자 검사로 확진하면 코로나 진단 속도를 높이고 비용은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래픽=김하경

◇유전자 검사에 근접한 정확도 보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수의대의 신시아 오토 교수 연구진은 지난 4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 탐지견이 소변과 타액 시료의 냄새를 맡고 코로나 감염자를 96% 정확도로 가려냈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 위생학·열대의학대학원 연구진은 지난 5월 탐지견이 옷에 남은 땀 냄새를 맡고 코로나 감염자는 94.3% 정확도로, 비감염자는 92% 정확도로 가려냈다고 밝혔다. 유전자 검사의 정확도에 근접한 성과이다.

땀 냄새로 코로나를 탐지할 수 있으면 공항이나 경기장에서 탐지견이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신속하게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있다. 앞서 조사에 따르면 개 두 마리가 공항에서 승객 300명을 30분에 검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 열대의학대학원 연구에서는 탐지견이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나 바이러스양이 적은 감염자, 무증상 감염자까지 모두 찾아냈다.

코로나 탐지에 개가 투입된 것은 뛰어난 후각 덕분이다. 개는 품종에 따라 사람보다 후각이 1000~1만배 뛰어나다. 개는 후각 수용체 단백질이 3억개로 사람의 500만~600만개를 압도한다. 수용체 단백질은 미로 형태의 얇은 뼈 표면에 붙어 있는데, 표면적도 개가 150~170㎠로 사람(5~10㎠)보다 훨씬 크다. 그만큼 냄새 분자와 후각 수용체가 더 잘 반응한다. 또 뇌 크기는 사람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냄새 처리 영역은 3배나 크다.

과학자들은 개의 뛰어난 후각을 이용해 이미 다양한 질병을 진단하고 있다. 2015년 이탈리아 연구진은 독일 셰퍼드 두 마리가 전립선암 환자의 시료를 98% 정확도로 가려냈다고 발표했다. 파킨슨병과 유방암, 당뇨병 진단에도 개를 실험하고 있다. 영국 더럼대 연구진은 2018년 탐지견이 아프리카 감비아 어린이들이 신은 양말 냄새를 맡고 말라리아 감염자는 70% 정확도로, 비감염자는 90% 정확도로 가려냈다고 발표했다.

핀란드 헬싱키 국제공항에서 코로나 감염자를 찾고 있는 의료 탐지견들./세계경제포럼

◇코로나 환자 특유의 냄새 분자 찾아야

개가 후각으로 코로나 감염자를 가려낼 수 있다는 사실은 지난해 4월 독일 하노버 수의대 연구진이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에 처음 발표했다. 개들은 감염자 7명과 비감염자 7명의 입과 기도에서 채취한 시료의 냄새를 맡고 감염자는 83% 정확도로, 비감염자는 96% 정확도로 가려냈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 탐지견 연구가 봇물을 이뤘다. 처음에는 구강 시료의 냄새를 맡는 데서 시작해 소변, 타액에 이어 지금은 옷에 남은 땀 냄새로 코로나 감염자를 가려내고 있다. 탐지견 훈련에 쓰는 감염자 시료도 1000개 이상으로 늘어나 신뢰도가 높아졌다.

이미 실제 현장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제 탐지견 콘퍼런스에서 레바논 연구진은 공항에 투입된 탐지견 18마리가 항공기 승객 1680명을 검사해 코로나 감염자 158명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감염자 탐지 정확도는 92%였으며, 비감염자를 감염자로 오인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핀란드 국제공항과 러시아 항공사에서도 코로나 탐지견이 활동하고 있다.

개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냄새를 맡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를 코로 흡입하면 벌써 감염됐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코로나에 걸리면 인체 대사가 달라져 특이한 휘발성 유기 분자가 나온다고 추정한다. 개가 인식하는 이 코로나 냄새 분자를 찾아내면 탐지견을 대신할 전자 코도 개발할 수 있다.

그 단서는 뇌전증 탐지견에게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의 에드워드 마 교수 연구진은 지난 6월 국제 학술지 ‘뇌전증과 행동’에 발작을 일으킨 뇌전증 환자의 땀 냄새를 탐지견이 96% 정확도로 가려냈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발작을 일으킨 환자에게서 공기 중으로 분비되는 화학물질로 멘톨 등 3가지를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