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찜통더위라도 셔츠 하나만 바꿔 입으면 바깥 활동도 문제가 없다. 체온을 이전보다 5도나 낮춰주는 에어컨 옷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햇빛을 반사하면서 동시에 몸의 열도 밖으로 뿜어내 폭염에도 바깥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화중 과기대의 광밍 타오 교수 연구진은 지난 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열 방출과 빛 반사를 동시에 하는 스마트 섬유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조끼 한쪽은 체온을 낮추는 스마트 섬유로 만들고 다른 쪽은 일반 면으로 만들었다. 연구원이 조끼를 입고 해가 내리쬐는 곳에서 1시간 동안 앉아 있었더니 스마트 섬유 아래 체온은 섭씨 31도에서 32도로 올랐다. 반면 면 섬유 아래는 37도까지 상승했다. 스마트 섬유가 체온을 5도나 낮춘 셈이다.
스마트 섬유는 일반 섬유에 산화티타늄 나노 입자와 테플론, 폴리락틱산을 결합한 형태이다. 산화티타늄은 햇빛 차단제에 쓰이며, 테플론도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반사한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락틱산 섬유는 몸의 열을 흡수해 중적외선 형태로 방출한다.
열을 내는 적외선 중에 파장이 가장 짧은 근적외선은 몸에서 방출돼도 수분에 흡수돼 주변 공기를 데운다. 반면 파장이 그보다 긴 중적외선은 주변 공기 분자에 흡수되지 않고 바로 우주로 방출된다. 덕분에 중적외선을 방출하면 몸은 물론 주변 공기까지 냉각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연구진은 스마트 섬유로 자동차 실내 온도도 낮출 수 있음을 입증했다. 자동차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햇빛 아래 두자 실내 온도가 60도까지 올랐다. 일반 덮개를 씌워도 57도로 비슷했지만, 스마트 섬유로 만든 덮개는 실내 온도를 30도로 유지시켰다.
이번 연구는 복사 냉각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태양에너지를 적게 받고 열은 방출함으로써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다. 밝은 색 옷을 입으면 가시광선을 잘 반사해 좀 더 시원한 것과 같은 원리다. 에너지를 쓰지 않고도 냉각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온난화 방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앞서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2017년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복사 냉각 기술을 적용한 섬유로 체온을 3도 낮췄다고 밝혔다. 인체는 피부의 열을 자외선 형태로 몸 밖으로 방출하는데, 기존 의류는 이런 자외선 방출을 막는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중자외선을 잘 통과시키는 섬유로 옷을 만들어 몸에서 열이 잘 빠지도록 했다.
화중 과기대 연구진은 이미 대형 의류 회사와 논의를 시작해 이르면 1년 이내 상용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타오 교수는 “스마트 섬유 기술을 도입하면 의류 생산비가 10% 상승하는 데 그친다”며 “대량생산이 이뤄지면 옷 가격도 오르지 않고 모든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