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우주인들이 탑승했던 우주선이 나중에 달과 충돌해 파괴됐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지금도 달 궤도를 돌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과학대중지인 뉴사이언티스트는 지난달 28일 “미국 아마추어 천문학자인 제임스 미더가 아폴로 11호 착륙선의 상승단이 여전히 달 주위를 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아폴로 11호는 사령선인 컬럼비아호와 착륙선인 이글호로 구성된다. 우주인 두 명은 이글호를 타고 달에 착륙했다가 다시 사령선으로 귀환했다.
◇100㎞ 상공서 2시간 마다 달 공전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우주인인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1969년 7월 20일 이글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내렸다. 두 우주인은 달에서 하루 머문 뒤 달 토양과 필름 등 화물 22㎏과 함께 이글호의 상승단을 타고 이륙했다. 상승단은 달 궤도를 돌고 있던 컬럼비아 사령선과 랑데부에 성공했다.
사령선에는 우주인 마이클 콜린스가 남아 있었다. 달에 갔던 두 우주인은 컬럼비아호로 옮겨 타고 지구로 귀환했다. 나사 과학자들은 1969년 7월 22일 컬럼비아호에서 분리된 이글호 상승단은 고도가 떨어져 달 표면에 충돌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제임스 미더는 국제 학술지 ‘행성과 우주과학’ 10월 1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글호 상승단이 여전히 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 공대(칼텍) 출신의 제임스 미더는 나사가 2011년 달탐사선 그레일 발사 때 사용했던 궤도 추적 소프트웨어로 52년 전 이글호의 상승단이 사령선 컬럼비아와 분리된 이후의 움직임을 계산했다. 모의 궤도 시험 결과 이글호의 상승단은 달 100㎞ 상공에서 두 시간에 한 번씩 달을 돌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미더는 “이글호의 궤도는 달 착륙 당시인 1969-1970년과 2019-2020년이 거의 같았다”며 “이글호는 요동치며 지금도 52년과 거의 비슷한 곳을 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글호의 상승단은 가로 세로 4.0, 4.3m에 높이는 2.8m이다. 지구 주위를 도는 물체는 대기와 마찰로 고도가 점점 낮아지지만 달에는 대기가 없어 궤도를 도는 우주선의 속도를 늦출 만큼 마찰이 일어나지 않는다.
◇인도 달탐사선처럼 재발견 가능성
다른 아폴로 착륙선들의 운명은 확실하게 알려져 있다. 다른 착륙선의 상승단은 사령선과 분리되고 다시 엔진을 점화해 고도를 낮춰 달과 충돌했다. 아폴로 우주인들이 달에 남긴 지진계는 이때 발생한 충격을 감지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에 따르면 아폴로 11호의 착륙선 상승단만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상태다.
제임스 미더는 지구에서 대형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하면 이글호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인도의 달탐사선 찬드라얀 1호도 2008년 달궤도에 진입하고 1년 뒤 연락이 끊겼다가 지난 2016년에 다시 레이더에 포착됐다. 제임스 미더는 뉴사이언티스트에 “이글호 상승단을 지구로 가져와 박물관에 전시하면 정말 굉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글호가 사령선과 분리되고 궤도를 유지했다 하더라도 무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더 역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은 10일 임무를 위해 설계됐으며 장기간 신뢰도는 고려하지 않았다”며 “연료가 새면서 폭발했거나 사령선과 분리된 뒤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완전히 파괴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