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내리쬐는 대낮에도 달 표면에 얼음이 유지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달에 상당량의 물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모두 햇빛이 들지 않는 충돌구 안에 얼음 형태로만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극지의 충돌구 뿐 아니라 중위도 표면에도 물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 탐사에 필수적인 물을 생각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미항공우주국(NASA·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뵤른 데이비드슨 박사와 소나 후세이니 박사는 2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영국 왕립천문학회보’에 “아폴로 탐사에서 촬영한 달 표면 사진을 통해 얼음 형태의 물이 대낮에도 존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온도 높은 낮에도 달 표면에서 물분자 포착
10여년 전 달 관측에서 낮에도 표면에서 물이 포착됐다. 2020년 항공기에 탑재한 소피아 적외선 망원경 관측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달의 충돌구 안쪽은 항상 햇빛이 들지 않아 얼음이 유지될 수 있지만 햇빛이 내리쬐는 표면은 온도가 높아 얼음이 금방 증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학자들은 소행성 충돌 과정에서 엄청난 압력으로 암석과 물 분자가 융합되면 표면 관측에서 물이 포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햇빛이 가장 강한 정오 직전에 물이 줄었다가 오후가 되면 다시 늘어난다는 사실이었다. 물이 암석과 융합된 상태라면 시간에 따라 양이 변할 수 없다.
연구진은 아폴로 우주인들이 찍은 사진에서 미스터리를 해결할 단서를 찾았다. 1969년 아폴로 11호부터 1972년 아폴로 17호까지 달에서 우주인들이 찍은 달 표면은 암석들로 울퉁불퉁했다. 연구진은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 암석이 만든 그늘에서는 낮에도 얼음이 유지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달에는 열을 분산할 수 있는 대기가 없다. 이 때문에 낮에 햇빛이 드는 곳은 섭씨 12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지만 바로 옆에 그늘진 곳은 영하 210도를 유지해 얼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컴퓨터 모델은 달 표면을 평평하다고 가정해 이 점을 간과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서리 통해 달 표면의 물 이동도 일어나
달 표면의 물이 시간에 따라 양이 변하는 것도 그늘로 설명할 수 있다. 그늘진 곳에 햇빛이 들면 얼음이 증발한다. 물은 달 표면 위에 희박한 대기 상태로 있다가 다시 그늘이 지면 서리가 내리듯 얼음이 된다. 데이비드슨 박사는 “서리는 암석에 갇힌 물보다 더 잘 이동할 수 있다”며 “이번 컴퓨터 모의실험 모델은 물이 달의 표면과 희박한 대기로 이동하면서 양이 변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은 달을 탐사하는 우주인들이 식수와 로켓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극지 충돌구 외에 45도 이상의 중위도 표면에도 얼음 형태의 물이 있다면 그만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달을 탐사하는 무인 로봇에 초소형 물분자 센서를 탑재해 이번 연구결과가 사실인지 확인할 계획이다. 나사는 2024년 달에 다시 우주인을 보내기 전에 이동형 탐사 로봇을 보내 표면을 관측할 예정이다.